음란ㆍ잔혹 코드의 절정, 기묘한 서커스
일본 영화 "기묘한 서커스"는 엽기적이다. 훔쳐보기ㆍ근친상간ㆍ난교ㆍ자살기도ㆍ신체기형ㆍ사지절단 등 음란하고 잔혹한 영상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 영화는 집단자살을 다룬 "자살클럽"과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노리코의 식탁" 등을 연출한 일본 소노 시온 감독의 2005년 작품.
교장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미쓰코는 12살 초등학생. 그는 자신이 기요틴(guillotine:단두대)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황당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미쓰코는 부모의 성교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뒤 아버지에 의해 구멍 뚫린 첼로 가방에 들어가 부모의 성행위를 훔쳐보도록 강요당한다.
이후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미쓰코는 이 사실을 안 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어머니가 딸을 아버지의 여자로 질투하기 시작한 것. 이런 와중에 어머니는 사고로 죽고 미쓰코는 아버지의 여자로 살아가게 된다.
미쓰코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 과정에서 다리를 심하게 다쳐 휠체어를 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 같은 내용은 현실이 아닌 유명 포르노 소설가 다에코(미야자키 마스미)의 소설 속 이야기다. 그런데 다에코는 죽은 미쓰코의 어머니와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다에코는 이 같은 포르노 소설로 부와 명성을 누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직원 유지(이시다 이세이)를 만나게 된다.
"기묘한 서커스"는 다에코와 유지의 만남으로 숨겨진 미쓰코의 가족사를 하나둘씩 풀어낸다. 겉으로는 사회적인 명성과 부를 모두 거머쥔 존경받는 집안인 미쓰코의 가족. 그러나 그 속에는 딸을 강간하는 아버지와 딸을 남편의 여자로 여겨 질투하며 죽이려하는 어머니가 있다.
이야기는 미쓰코의 가족사를 축으로 미쓰코와 다에코, 유지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전개된다. 실타래처럼 풀리는 이들의 관계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 부분이 시종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근친상간ㆍ난교ㆍ성전환자 등 비정상적인 코드로 가득 채워졌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탄탄하다. 소노 시온 감독은 반전을 거듭하면서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영화 속 근친상간과 전기톱을 이용한 사지절단 등의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 하드코어 영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게는 두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 고문과도 같을 듯. "기묘한 서커스"는 영화를 선택할 때 개인적인 취향이 먼저 고려돼야 하는 작품이다.
지난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던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탔다. 주연배우 미야자키 마스미와 이시다 이세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눈길을 끈다.
19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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