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화 "나 없는 내 인생(My Life Without Me)"은 이런 눈물빼기를 할 생각이 없다. 여주인공이 자궁암을 선고받고 두 달밖에 못 사는 데도 말이다. 여주인공은 운명의 가혹함에 목놓아 울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가지 일을 정한 뒤 이를 실천에 옮긴다. 영화는 한 여성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가지"에 관한 것이다.
17살 때 밴드 너바나의 콘서트에서 만난 남자친구 돈(스콧 스피트먼)과 첫 키스를 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 앤(세라 폴리). 현재 23살인 그녀에게는 4살, 6살 된 두 딸이 있다. 일년의 반 이상은 실직상태인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친정엄마의 집 마당에 트레일러를 놓고 살고 있다.
대학 야간청소부로 일하는 앤은 고된 삶이지만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설거지를 하던 중 복통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다. 셋째 아이를 기대했던 앤에게 자궁암 말기라는 "사형 선고"가 떨어진다.
이후 앤은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를 정한 뒤 이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10가지 일은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남편에게 새 아내 구해주기 ▲아이들이 18살 될 때까지 들려줄 생일축하 메시지 미리 녹음하기 ▲온 식구가 훼일베이(Whalebay) 해안으로 소풍가기 ▲하고 싶은 만큼 담배 피우고 술 마시기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것이 어떤지 알아보기 ▲누군가 날 사랑하게 만들기 ▲감옥에 있는 아빠 면회가기 ▲손톱관리 받고 머리모양 바꾸기 등이다.
이 일들을 추진하던 중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가진 리(마크 러팔로)가 앤에게 다가온다.
"나 없는 내 인생"은 서양의 개인주의가 더 반영된 영화다.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것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새 남자를 찾는 여주인공의 행동이 그렇다. 이는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남편에게 새 아내 구해주기보다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그렇지만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삶 속에서 이런 개인주의적인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입사 데이지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 시사회 이후 상당히 많은 여성이 앤의 행동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담담하게 풀어간 앤의 이야기에 눈물 쏟은 여성 관객이 많았다는 점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세운 영화사 엘 데세오가 미국ㆍ캐나다ㆍ스페인 배우들을 기용해 제작했다.
"돈컴노킹"에서 스카이 역으로 출연했던 세라 폴리가 여주인공 앤을 연기했다. 알모도바르 영화 "그녀에게"로 낯익은 레오노르 와틀링이 앤이 남편의 새 아내로 점찍은 이웃집 여인으로 출연했다.
12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관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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