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되고픈 뚱보 천하장사 마돈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ㆍ이해준, 공동제작 싸이더스FNHㆍ반짝반짝)는 비상업적인 소재 중 하나인 성적(性的) 소수자의 이이기를 상업 코드로 풀어낸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학생을 소재가 한 영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는 것을 보면 소재의 파격이고, 굴지의 제작사 싸이더스FNH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일.
영화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낯설고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트렌스젠더를 여자로 살고 싶은 뚱보 남학생을 통해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본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오동구(류덕환)는 몸무게 83㎏, 발 사이즈 280㎜, 머리 둘레 62㎝ 등의 신체조건을 가진 뚱보. 그렇지만 그는 육중한 몸매와는 달리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장래희망 역시 수술을 받아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어릴 적 TV에서 보고 반해버린 할리우드 스타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성으로 변신해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초난강)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 한다.
여자가 되려면 수술비가 필요하고 가진 거라곤 엄청나게 센 힘 하나밖에 없는 동구는 막노동을 통해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그런데 아직도 500만원이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은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 장학금으로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남학생들과 웃통을 벗고 맨살을 부대껴야 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씨름부행을 결심한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씨름에 도전하는 뚱보 남학생의 이야기다. 대척점을 이루는 이들 소재의 결합은 영화 속 웃음을 만들어 내는 요소.
동구는 선배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젖꼭지를 가리기 위해 항상 일회용 밴드를 사용한다. 샅바도 여성스럽게 빨간색을 좋아할 정도. 그렇지만 힘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괴력의 사나이다. 덩치 트리오로 불리는 선배들을 한방에 모래판으로 메치는 저력을 발휘한다.
영화 속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씨름 기술은 뒤집기. 씨름 최고의 기술인 뒤집기는 영화 속에서 이중의 의미를 담는다. 동구는 "세상"도 뒤집고, "씨름판"도 뒤집어야 여자가 될 수 있는 것.
영화는 트렌스젠더를 꿈꾸는 소년에게 관대하다. 냉혹한 세상의 시선보다는 가족과 동료들의 이해를 화면에 담았다. 여자가 되고 싶은 자식에게 "네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어머니나 술주정뱅이지만 립스틱을 바르는 아들을 모른 척해주는 아버지는 동구가 꿈을 품도록 도와주는 존재들.
감독은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주는 코믹함에 간간이 "그들(트렌스젠더)을 인간적으로 봐달라"라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뭐니뭐니해도 류덕환의 영화다. 뚱보 소년이 되고자 몸무게를 27㎏이나 불렸고 완벽한 댄스 솜씨와 씨름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4개월간 고군분투했다는 류덕환은 그의 출세작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병 "택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 덩치 1ㆍ2ㆍ3으로 출연한 문세윤ㆍ김용훈ㆍ윤원석과 동구 친구 종만으로 출연한 박영서, 일어선생님으로 출연한 일본 배우 초난강의 연기로 관객은 러닝타임 117분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
동구 아버지 역을 맡은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서는 진부하지만 "김윤석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다.
영화 "품행제로" "안녕UFO"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이해영ㆍ이해준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