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태국 리메이크작 더 레터
1997년 11월 개봉한 박신양ㆍ최진실 주연의 "편지"는 서울 관객만 72만 명을 불러모았던 흥행 성공작이다. 한 동안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최루성 멜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지만 남자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뜬다. 살아갈 의미를 잃은 채 넋이 나간 여자 앞에 배달되는 편지. 남자는 혼자 남을 여자를 위해 죽기 전 매일 편지를 썼다.
"편지"가 태국에서 똑같은 제목 "더 레터(The Letter)"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졌다. 내용은 똑같다. "편지"로 유명해진 아침고요수목원은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수목원으로 바뀌었고, 국문과 대학원생인 여주인공이 요즘 세상에 맞게 웹디자이너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화는 충실하게 원작을 따라간다. "편지"를 본 사람에게는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방콕에 사는 웹디자이너 듀(앤 퐁프라솜 분)는 직장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케이트(수피샤 준라와타카)와 함께 이모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치앙마이로 간다. 그곳에서 한 남자와 부딪혀 지갑을 잃어버리고, 식물학자인 톤(아태폰 티마콘)은 지갑을 전달하기 위해 차를 몰고 온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의 전화 데이트가 시작되고 듀는 톤의 전화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혼자 나갔던 케이트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듀는 톤이 있는 치앙마이로 가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져든다.
톤은 듀를 위해 빨래를 하고, 요리를 한다. 집을 고치던 톤은 서랍 속에서 듀 이모 할머니에게로 온 러브레터를 발견한다. 톤은 듀에게 편지를 쓰자고 하지만, 듀는 e-메일이 편하다고 답할 정도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어여쁘다.
행복한 나날도 잠시. 톤은 뇌종양에 걸리고 세상을 뜬다. 자살까지 시도한 듀는 치앙마이를 떠나려 하고, 바로 그 날 이미 죽어 세상에 없는 톤의 편지가 배달된다.
한국에 소개된 태국 영화는 "옹박" 시리즈나 "디 아이" 같은 공포 영화 정도. 멜로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르다. 화면도 깔끔하고, "편지"와 비슷하게 아름다운 풍광을 잡아내는 솜씨도 꽤 좋다. 키스신 한 번 없이 이마에 입술을 갖다대는 정도로 아주 순수하게(?) 그렸다.
태국을 대표하는 여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파온 찬드라시리가 친구 집에서 "편지"를 본 후 리메이크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일본, 중국 등 몇몇 아시아 국가의 영화 만을 접하는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단, 명동 CQN 단관 개봉이어서 많은 이들이 접하긴 힘들 것 같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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