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스승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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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승의 은혜
  • 윤종원
  • 승인 2006.07.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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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신선함 묻힌 스승의 은혜

최근 교단에서 벌어진 체벌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관심을 모은 공포영화다.

선생님의 체벌이야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 제작 오죤필름ㆍ화인웍스) 제작사가 마케팅을 벌이며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80% 이상의 응답자가 체벌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랑의 매"는 누구에게든 성장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여고괴담" 첫번째 시리즈에서 교사의 체벌과 차별 대우가 소재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스승의 은혜"는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체벌과 차별의 이유가 다양해 관객에게 다가서는 공감의 폭이 넓을 수 있는 영화다.

그런데 소재의 신선함과 공격적 성향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않은 어법으로 빛을 점점 상실해간다. 어른이 된 후에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받은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물들에게 동화되려는 순간 "공포영화"여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린 화면들이 현실적인 소재를 다분히 비현실적 상황으로 인지시킨다.

심리전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초반부의 흐름에서 벗어나, 영화는 다분히 잔혹하고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로 방향을 튼다.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어진 미자(서영희 분)는 1년 전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이었던 박 선생님(오미희) 집에 머물고 있다.

영화는 젊은 시절 박 선생의 쓰라린 인생을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던 남편으로 인해 아기는 흉측한 얼굴을 갖고 태어난다. 심리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남편은 아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매 자살하고, 박 선생은 지하실에 아들을 가둬놓고 "키운다".

이제는 반신불수가 된 박 선생을 위해 미자는 동창생을 부른다. 웃는 얼굴로 찾아오는 6명의 제자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들은 박 선생에게 옛날의 기억을 들추며 위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반장 세호(여현수)와 부반장 은영(유설아)은 곧 결혼할 사이. 세호는 "둘이 잘 어울린다"는 선생님의 말에 "예전에도 그러셨지요. 어쩜 우리 반은 가난한 애들이 반장, 부반장을 하느냐고. 참 잘 어울린다고"라고 답하며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늘씬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낀 채 외제차를 몰고 등장한 순희(이지현).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 "넌 돼지냐. 살 좀 빼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후 성형 중독이 됐다.

언제나 웃는 얼굴의 달봉(박효준)도 결국 선생님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그에게 운동회 계주에서 넘어져 입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박 선생이 하루종일 오리걸음을 시키고 난 후 인대가 늘어져 영영 운동은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

약물 중독이 된 명호(이동규)는 선생님의 은밀한, 그래서 끔찍한 손이 싫다. 자신을 아들, 아니 남자로 대하는 듯한 선생님의 행동은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 바지에 오물을 묻혀 야단맞은 후 집에 가는 길에서 엄마의 교통사고를 목격해야 했던 정원(장성원)은 베일에 가려 있다.

이처럼 하나같이 상처받은 아이들이 모여 선생님에 대한 미움을 결코 숨기지 않으니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고조된다. 급기야 누군가의 잔인한 살해 행각이 시작된다. 이들은 컴퍼스에, 스테이플러(호치키스)에, 문구용 칼에, 그리고 지하실의 벌레에 난자돼 살해당한다.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어른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는 여러가지 버무릴 소재를 충분히 제시하고도 스스로 이를 거두지 못하는 부족함을 남긴다.

8월3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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