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폭 확대한 각설탕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너는 작은 소녀였고/머리엔 제비꽃/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엄마 잃은 소녀 시은은 엄마가 아끼던 말 장군을 의지하며 자란다. 장군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장군과 함께 꿈을 키운다. 머리에 제비꽃을 꽂은 천진난만한 시은은 말처럼 자유롭게 달리고 싶다.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너는 많이 야위었고/이마엔 땀방울/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시간이 흘러 장군은 노쇠해지고 결국 망아지를 출산하며 죽는다. 시은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망아지를 천둥이라 부르며 정성으로 돌보며 마음을 쏟는다. 그러나 시은이 엄마처럼 기수가 될까봐 두려워했던 아빠는 천둥을 팔아버리고, 둘은 그렇게 생이별을 한다.
2년 후, 시은은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기수가 된다. 그리고 역시 "어른"이 된 천둥과 극적으로 상봉한다. 하지만 천둥은 사람들의 학대와 핍박으로 지쳐있는 상태.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둘은 눈물로 끌어안는다.
가수 조동진의 노래 "제비꽃"이 메인 테마로 흐르는 화면에는 노랫말과 꼭 닮은 내용이 펼쳐진다. 노랫말처럼 잔잔하고 맑으며 소녀적인. 보랏빛 제비꽃 같은 감성이 영화 속 배경인 제주도 목장의 산들바람처럼 불어온다.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두 팔 벌려 말을 타는 시은의 행복한 표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사람과 동물의 교감과 우정.
그런데 "바람"은 또 다른 의미로도 등장한다. "넌 바람막이나 하란 말이야!". 영화에 갈등을 불어넣는 중요한 대사다. 시은은 기수가 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같은 조에 소속된 남자 기수의 승리를 위한 "바람막이"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다. 다른 기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 임무다. 시은은 조교의 과도한 승부욕에 반기를 든다.
작고 가녀린 체구를 십분 활용해 기수로 변신한 배우 임수정은 "핫! 핫!"이라는 의성어를 짧으면서도 강단지게 내뱉으며 말을 탄다. 엉덩이를 안장에서 가볍게 떼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몽키타법" 자세의 임수정은 역량을 확장한 배우를 만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수 연기를 위한 그의 노력은 경마를 소재로 끌어들인 이 영화가 겪었을 시행착오, 쏟아부었을 땀과 함께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실제로 경마장면은 꽤나 흥미진진하게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할리우드에서 익히 보아온 상업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만큼 약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를 모토로, 우정을 메시지로, 진정성을 구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보이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나 드라마의 "찰기"는 떨어진다.
한국 영화 소재의 폭을 확장했다는 미덕은 있으나, 영화는 입 속에서 제대로 용해되지 않은 각설탕처럼 입맛만 다시게 한다. 전체적으로 파워가 떨어지고, 지독한 신파는 눈물을 유도하지만 마무리를 하는 마지막 몇 "프로"가 부족한 느낌이다.
"말을 움직이는 것은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이라는 시은의 대사를 증폭시킬 장치가 부족한 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착한 소녀적 감성에 머문다.
8월10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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