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벨루치의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이 영화의 홍보문구에는 "모니카 벨루치의, 모니카 벨루치에 의한, 모니카 벨루치를 위한 영화"라는 표현이 있다. 영화계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거품 없는 설명이다.
올해 서른여덟 살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녀 벨루치. 이 영화는 그녀의 현재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것도 지극히 프랑스식으로 그린 로맨틱 드라마다. 한동안 "매트릭스" "그림형제"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했던 벨루치로서는 모처럼 제 옷을 찾아 입은 셈이다.
"프리티 우먼"의 프랑스식 비틀기로도 바라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고급 창녀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복권에 당첨된 남자의 이야기다.
프랑수아(베르나르 캄팡 분)는 벗겨진 대머리, 보잘 것 없는 외모의 평범한 월급쟁이다. 그러나 그는 거액의 복권에 당첨됐고, 그 돈으로 뇌쇄적인 미녀 다니엘라(모니카 벨루치)를 산다. 400만 유로의 복권 당첨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자신의 "아내"가 돼달라고 한 것.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오로지 돈에 몸을 팔았을 뿐인 다니엘라가 서서히 프랑수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 자신을 숙녀, 여신처럼 대하는 그의 부드러운 태도에 감동한 것이다. 문제는 이때 예상치 못했던 정적이 나타난다는 사실. 샤를리(제라르 드빠르디유)라는 암흑가 보스가 찾아와 다니엘라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녀를 갖기 위해서는 거액을 내라고 한다.
영화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미모와 몸매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대신 관능미를 보탠 벨루치가 시종 몸을 던져가며 연기한다는 것이다. 살이 붙은 그녀의 육감적이고 풍성한 몸매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친절하게도 화면을 수놓는다.
하지만 "라빠르망"이나 "돌이킬 수 없는"에서 보여줬던 흠잡을 데 없던, 슈퍼모델 뺨치는 아름다움은 다소 퇴색한 듯 해 한편으로는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또 한가지는 할리우드식 드라마 공식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프랑스식 유머. 무리한 섹스를 하거나, 숨막히는 미녀를 만나면 심장에 이상이 오는 남자들의 모습과 "한 쌍의 바퀴벌레" 같은 연인의 애정행각에 흐르는 과장된 음악, 쾌락에 탐닉하다가 돌연 사랑지상주의자로 바뀌는 다니엘라의 모습 등은 다소 제멋대로다.
예상했듯, 결론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런데 은근히 찜찜하다. 창녀라 할지라도 여자는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남자들의 생각이 밑바닥에 두껍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체"가 궁금한 프랑수아 역의 르나르 캄팡은 디디에 보우돈과 함께 감독한 영화 "삼 형제(Les Trois Freres)"로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재능있는 배우다.
27일 개봉, 18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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