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ㆍ담배에 대한 헌사 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처럼 친근한 기호품도 없다. 인간과 가까워진 이유가 카페인과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 두 기호식품은 인간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얼굴을 들이민다. 사랑을 속삭일 때도, 수다를 떨 때도, 말씨름을 할 때도,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사람들은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두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집어든 채 대화를 이어간다.
커피와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뉴스가 넘쳐나고 금연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도 커피와 담배 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른다.
일상처럼 되어버린 커피와 담배가 영화의 소재가 됐다. "천국보다 낯선" "브로큰 플라워"로 유명한 미국 인디영화의 기수 짐 자무시 감독이 커피와 담배를 소재로 만든 11편의 단편을 하나로 묶어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2003년)라는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된 것.
1986년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쇼(Saturday Night Show)"를 위해 만들어진 콩트 형식의 영상물 "자네 여기 웬일인가?"를 시작으로 "쌍둥이" "캘리포니아 어딘가" "담배는 해로워" "르네" "별일 없어" "사촌" "잭이 맥에게 테슬라 코일을 선보이다" "사촌 맞아?" "흥분" "샴페인" 등 자무시 감독이 17년간 꾸준히 제작해 온 단편영화들이 "커피와 담배"를 채웠다.
11개의 단편을 관통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가 가져오는 유머.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는 커피에 중독돼 손을 덜덜 떨면서 커피와 담배에 대한 예찬으로 일관된 선문답을 늘어놓고("자네 여기 웬일인가?"), 웨이터로 분한 스티브 부세미는 이란성 쌍둥이 조이와 쌩께를 앞에 두고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쌍둥이 형이 있었다는 말도 되지 않는 "쌍둥이론"을 주절거린다("쌍둥이").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사촌"에서 영화배우 케이트와 그녀의 사촌 샐리 등 1인 2역을 맡아 질투와 잘난 척으로 각자의 이야기만 해대는 두 여성을 연기했다.
까발려놓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흥분하고, 논쟁하고, 비난하는 인간의 얄팍한 속내가 자무시 감독의 흑색 화면 속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관객은 "낄낄~"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와 담배"에는 베니니와 부세미, 블란쳇 이외에도 빌 머레이, 스티브 쿠건 등 유명배우들이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옷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거야"라며 잘난 체하거나 "나는 커피를 주전자째 마셔"등의 무식한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들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낸다. 미국적인 유머코드가 많아 일부 에피소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27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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