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밝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갈라치기 술책을 비롯해 행정명령 철회와 수련 특혜 등의 당근책 모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의료계가 누차 주장했듯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그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실패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데, 그 사실을 아둔한 정부만 모른 채 말도 안 되는 대책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고 꼬집은 의협이다.
의협은 7월 31일 성명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및 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대해 논평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의협은 의사국가시험 응시율이 2020년 의·정 갈등 사태 때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마저 미미하다는 것은 정부의 헛발질과 땜질식 대책들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책들을 계속해서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있다며 당장 국정조사부터 실시하라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중대본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급종병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를 줄여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진료지원(PA) 간호사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대전환을 하기까지에는 오랜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설명회 몇 번에 형식적인 시범사업으로 간단히 추진될 일이 아니라는 비판과 우려도 거세다.
의협은 “현재 전국에 남은 흉부외과 전공의가 12명이고, 내년도 신규 전문의가 6명인 처참한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계획은 자가당착에 허울뿐인 말 잔치”라며 “심화하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의협은 대화의 기회가 열려있다며 의협을 향해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라고 요청한 정부의 제안에도 선을 그었다
의료개혁특위는 의정 대치를 초래한 정부 직속 위원회인 만큼, 이처럼 편향된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
즉, 정부는 의료계가 없는 의개특위를 강행하면서 의료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할 준비가 돼있는 척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계에 노골적인 겁박을 지속해서 시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앞에서는 대화를 하자면서 뒤에서는 가차 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시는 환자와 국민들이 이전의 의료시스템을 누릴 수 없게 만든 정부는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이어 “이번 의료농단은 무근거·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시작됐고, 의료계는 의료붕괴를 막고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다”며 “이제 그 노력마저 포기하게 될 것이 두려운데, 심정지 돼버린 의료시스템에 심폐소생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의협은 ‘2,000명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 공개 4일여 만에 5만 명을 넘겨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니 국회는 국민의 부름에 응답해 하루라도 빨리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