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 CDI)의 ‘증상 위주 격리’ 권고 기준이 비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안으로는 환경 소독 등 예방 강화가 제안됐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희정 교수,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김민형 교수팀은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IF 11.8)’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은 항생제 복용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균형에 변화가 생김에 따라 발생하는 병이다. 장내 유익균이 죽고 나쁜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 디피실)이 증식하면 극심한 설사와 장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 CDC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균종 중 하나로 C. 디피실을 꼽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CRE(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 균종) 등 격리가 필요한 질환의 증가에 따라 많은 의료기관에서 격리실의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현재 CDI 관리 기준에 따른 유증상 환자의 격리가 감염 전파 차단에 실제로 효과적인지 살피기 위해 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구축된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 및 전자의무기록(EMR)을 활용해 2021년 9월과 12월 사이 수집된 CDI 환자 접촉자의 데이터를 살폈다. 접촉자 중 추후 CDI를 진단받은 집단을 대상으로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해 2차 전파 여부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총 3,620건의 접촉 사례 가운데 2차 전파는 2건(0.05%)으로, 실제 2차 전파가 일어나는 빈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RTLS를 이용해 환경·의료진을 통하지 않은 직접 접촉 사례(1건)를 분석한 결과, 접촉 시간은 113분으로 매우 짧았다. 또 접촉은 CDI 환자의 설사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던 무증상 시기에 이뤄졌다.
김희정 교수는 “실제 CDI의 2차 전파 빈도가 높지 않고 직접 접촉의 경우 격리가 권고되지 않는 무증상 시기의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 것으로 보아 증상 위주 격리는 전파 차단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CDI의 원내 전파를 막기 위해 증상 위주 격리 대신 환경 소독을 포함한 강화된 표준 주의 지침(standard precaution)의 적용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