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평범한 일상생활을 다시 맞이한 뜻깊은 해다. 지난 3년간 병원계는 백신접종부터 병상확보, 확진자 치료 등까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전심전력(全心全力)했고 덕분에 코로나19의 엔데믹을 견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던 2023년이나 병원계가 계획한 모든 일이 원활하기 이뤄진 해로 보긴 힘들다. 윤석열 정부 2년 차,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2년 차이기도 했던 2023년 한 해 동안 병원계는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어왔는지 돌아봤다.
<4월> 제13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시상식 성료
4월은 열세 번째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들을 선정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앞장 선 병원 관계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달이다.
대한병원협회는 4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3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시상식’ 및 ‘병원신문 창간 37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 회장,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신대성 한국병원홍보협회 회장, 박상근·임영진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수상자와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CEO부문 수상자인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사실 병원이라는 곳은 과거에 불편과 불만족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시행하는 국가고객만족도조사에서 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그간 상위권을 휩쓸던 특급호텔들을 제치고 전체 산업 부문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전 임직원이 보람을 느낄 만한 일이라고 자부한다”고 언급했다.
하 병원장은 이어 “병원장이 되고 나서 세브란스병원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고 모든 교직원과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이 상은 세브란스병원 교직원들을 대표해서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병원인부문은 홍경섭 인천세종병원 진료부원장, 박광열 중앙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최상봉 인제대 상계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종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간호본부장, 박상덕 서울재활병원 소아청소년치료과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5월> 정부, 코로나19 종신 선언…중대본 운영 종료
5월은 3년 넘도록 병원계의 헌신과 노력이 빛을 발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발생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고, 6월 1일부터 완전한 일상 회복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코로나19 진료와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을 다녀 봤는데, 의료진들의 엄청난 고생이 느껴졌고 이들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도 정부는 새로운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해 기반 대응체계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백신 치료 개발 역량을 높여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코로나19가 초래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디지털 정책 등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세심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코로나19 종신 선언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2020년 2월 23일 설치 이후 그 역할을 다하고 5월 31일부로 해체됐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5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691번째 마지막 회의에서 “안정적인 방역상황을 달성하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3만4,784명의 소중한 가족과 이웃이 우리 곁을 떠났는데, 제대로 된 추모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6월> 병원계 수가협상, 2년 연속 타결…인상률 1.9%
6월은 병원계가 2년 연속 대승적 차원에서 수가협상에 도장을 찍은 달이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6월 1일 오전 3시 40분경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을 타결했다고 알렸다.
인상률은 1.9%였다.
이는 2년 연속 병원 유형 타결이며 올해 수가협상에서 가장 먼저 협상 종료를 선언한 공급자단체로 기록됐다.
송재찬 단장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협상 결과라며 타결은 했으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수가협상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선 탓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고, 향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전국 병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송 단장은 수가협상 타결 직후 “코로나19 극복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한 병원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한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방역 및 환자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 등 감염병 극복에 앞장선 병원계를 위로하고 새로운 감염병 창궐 시 병원에 재차 요구될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인상률에 미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즉, 또 다른 감염병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해 진료시스템 및 인프라 등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도록 병원계의 희생에 대한 일정 부분 보상이 필요하다는 병협의 그간 주장이 반영되지 않아서 매우 아쉽다고 총평한 것.
아울러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다른 공급자 단체들과의 환산지수가 더 벌어지게 됐다며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바람직하지 않게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한 송 단장이다.
일주일 후 6월 8일 수가협상 체결식에 참석한 윤동섭 병협 회장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윤동섭 회장은 “올해 수가협상에 거는 병원계의 기대가 유독 컸는데, 만족할 만한 인상률이 아니어서 회원 병원들에게 송구하다”며 “현재의 협상제도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와 그간의 협상 결과가 누적돼 발생한 수가역전의 부작용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에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건보공단과 의료계뿐만 아니라 가입자를 비롯한 재정소위 위원들도 많은 고민과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이어 “최근 정부가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대책을 지속해서 마련하고 있으나 현재 병원도 전문인력 고용이 불가해 앞으로 정부 정책을 병원계가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과 필수의료분야의 안정적인 의료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수준에서 수가가 결정되도록 보험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한편 병협 수가협상단이 받아든 수가인상률 성적표 1.9%를 적용하면 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2023년 79.7원에서 2024년 81.2원으로 약 1.5원 오른다.
그 결과 병원의 초진료는 1만6,650원에서 1만6,960원으로 약 310원, 재진료는 1만2,060원에서 1만2,290원으로 290원가량 상승한다.
종합병원의 경우 초진료는 올해 1만8,520원에서 350원 상승한 1만8,870원이 되며 재진료는 1만3,930원에서 220원 올라 1만4,200원이 된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초·재진료는 각각 2만770원(▲380원), 1만6,100원(▲29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