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함춘문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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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함춘문집2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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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함춘문예회 두 번째 작품집

2013년 11월 2일 창립,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함춘문예회(회장 유형준·1977년 졸업)가 두 번째 작품집 ‘함춘문집2’를 최근 발간했다.

이 책은 매년 함춘문예회에 출품됐던 작품들을 모은 시·수필집으로, 2017년 ‘함춘문집1’ 발간에 이어 6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집이다.

유형준 회장은 발간사 ‘두 번째 함춘문집을 엮어내며’에서 “질병과 관련한 몸과 마음의 고통스러운 문제와 변화의 체험은 고스란히 문학의 소중한 소재이며 주제”라며 “의사가 사람의 무늬를 진찰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방하듯 문인 역시 사람의 무늬에 모든 관심을 쏟아 문자 언어를 도구로 글을 지으며 인문학적 자양분이 풍요로운 토양에 뿌리박은 의학과 문학이 다붓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밝히고 있다.

유 회장은 “의학과 문학의 저 깊은 동일한 연원에서 길어올린 時文들이 의료계와 문학계에 뜻깊은 영향으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며, 두 번째 함춘문집의 발간을 모든 분과 어울려 다시 한번 기뻐한다”고 덧붙였다.

함춘문집2는 회원 24명의 시 124편과 12명의 수필 18편 등 총 36명의 회원들이 의학과 문학이 만나는 접점에서 길어올린 142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1965년 졸업생인 심웅석 회원은 그의 시 ‘그대, 달이 되어’에서 ‘오늘은/빈 하늘에 낮달로 떠서/조용히 한 세상 접고 가지만/내일은 밤하늘에/환한 보름달로 와서/울고 있는 내 창문을 두드려다오(하략)’라고 노래하며 깊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세계를 엿보게 해준다.

1968년 졸업생인 서윤석 회원은 ‘고마운 마리아’에서 ‘진료실 책장 위에 놓인/소녀의 머리를 본다/멕시코 산골 어디에 살던/곤잘레스, 마리아를 본다/그녀의 보드랍던 고운 얼굴을 만지면/열두 개의 신경줄이 나오는/붉은 동맥이 박동하고/푸른 정맥이 달리던 구멍을 본다(후략)’며 의사로서의 시선과 함께 인간미가 교차하는 절묘한 교감을 시어로 전달한다.

1969년 졸업생인 조중행 회원은 ‘아내’에서 ‘반도호텔 커피숍 불빛 밑에/가녀린 목, 뽀얀 솜털이 이뻤다./언제부터인가 내 곁을 걷고 있었지./연건동 시계탑에서 비원 돌담을 따라../어느 가을 저녁, 내 코트 주머니에 조그만 손을 넣기 시작했다./(중략)해 질 무렵/서재에서 거실을 내어다 보니/한 할머니/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조금 부은 두 다리 탁자에 얹어놓고/TV를 보고 있네.(후략)’라며 수십 년간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1969년 졸업생인 서량 회원은 ‘곁눈질’에서 ‘(전략)당신 쪽으로 눈이 쏠리다가/몰아치는 비바람에 기우뚱 쓰러지는/옛 마당 긴 빨래장대 같은 바늘,/내 대뇌피질 어느 곳에서 지금/희한한 빛으로 확 살아나는/그런 바늘이라면 어때’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각으로 일상의 한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해 내고 있다.

1977년 졸업생인 유담(유형준) 회원은 ‘말하는 청진기’에서 ‘(전략)자, 숨을 깊게 내들이세요/한 바탕 소나기 꽃밭을 지나/우레 소리 꽃망울로 벙글고/슬며시 움돋는 따스한 목청’이라며 자칫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진료과정을 아름다운 화폭으로 펼쳐보인다.

1980년 졸업생인 이정희 회원은 ‘겨울나무3’에서 ‘(전략)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봄비가 내리는 날에/너를 만나면/그 수줍음 드러내며/행복한 길 떠난다고...’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상황을 포착,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동시에 시인으로서의 섬세한 감성을 그려낸다.

1981년 졸업생인 정의홍 회원은 ‘꽃씨를 심으며’에서 ‘꽃씨를 심으며/작은 씨앗 하나의 무게를 생각해본다/(중략)그리운 이의 편지를 기다리듯/마음 밭엔 이미 꽃들이 만발인데/(중략)그대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이 땅은 얼마나 더 밝아질 것인가(후략)’라며 독자들에게 꽃씨 하나에서 우주를 들여다보는 넓은 시야와 함께 독자들을 온갖 꽃들이 만발한 들로 이끈다.

1981년 졸업생인 최현림 회원은 ‘별꽃’에서 ‘오늘도/한 영혼이 날아가/별이되어/꽃속에 들어갔습니다/(중략)내일도 한 영혼이 날아가/별이 되어’라며 삶의 마무리를 별의 찬란함으로 승화시킨다.

1984년 졸업생인 하은주 회원은 ‘아침회진-사랑요양병원에서’라는 시에서 ‘(전략)당신의 귀에 대고 속삭여 봅니다./“누워서라도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면...”/“일어설 수 있어요.”/당신의 눈이 반짝입니다./닫혔던 입이 달싹거립니다.(후략)’라며 꺼져가는 촛불에 손을 모아 불꽃을 지키듯 임종이 가까운 환자에 대한 애착을 아름다운 시어로 되살리고 있다.

이처럼 함춘문집2는 의사이자 시인, 수필가인 함춘문예회원들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료현장을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가라앉혀 더 넓은 시각으로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기운을 전달한다.

<도서출판 지누/270쪽/비매품>

<목차>

서문

<시>

심웅석

석양(夕陽) 앞에서

난해 시. 1

거울 속의 나를 본다

그대, 달이 되어

가을 산에서

고요

눈 오는 날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경철

차마고도 하이웨이

동파문(東巴文) 상형문자

오세윤

꿈을 꾸었네

산다는 건

신상만

바람

바다

서윤석

행복幸福한 아버지날-2022년 6월 19일

고마운 마리아

우리가 걸어온 길

생각하는 숲

나의 얼굴

뭉게구름

빨강(Red)

우크라이나 어린이에게

방사선 치료 받는 일

김병오

二月의 연하장

아비뇽의 秋日

블루몬트* 우체국

측백나무

조중행

가을 여행

겨울 삽화

아내

꾸중

팔순 잡상(八旬 雜想)

능주(綾州), 담양(潭陽)을 지나며

어린 시절-----6·25를 지나며

늙은 의사의 겨울 꿈 1

수술장 로커(Locker) 속의 내 운동화

서량

옆방

옆집

곁눈질

오픈카

새벽 냄새

유니콘 스토리

호랑이를 꿈꾸며

떡갈나무의 오후 4시

맨발

배 일곱 개

유담

그대 새벽

말하는 청진기

눈가에서 사랑을 보내네

눈물은 뭉친다

안경다리

겨울 동백

김영훈

도요새1

도요새2

유명숙

어느 하루

신호등

머윗대 들깨볶음

저무는 봄

기억상실

弔問

고등어조림

신호등2

이정희

눈 그리고 눈

찰스강에서

가을 안개

겨울 나무 2

눈 그리고 비

겨울 나무 3

서해안

우물

일상의 기적

서해안 2

정의홍

장마

성지순례2

설악

저물녘

꽃씨를 심으며

돌로미테

꽃비를 맞으며

해송

송정 바다에서

잡초

빈 집

최현림

진폐

별꽃

배턴터치

탄분

귀향

한창환

주이상스 미식가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홍천강 흐르는 물이 칠봉산을 통해서 자신을 보다

신성이 나를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다

그 할머니가 아니어요

설악산은 내 것입니다

장미

우성일

1984년 기억 속의 섬

하은주

돌배

살아간다는 것은

할아버지 산소

RED에 대하여

아침 회진

힐로(Hilo)의 아침

환자 일지1

푸른 넥타이

Green에 대하여

이영혜

고비, 별

간(間)을 보다

바이러스 월드

가장 큰 이름

링거 나무

강진욱

해루질

유리알 인생

자전거 3대

이장, 할머니 이사가는 날

홍제동 밥상

손영진

짙은 암시

신좌섭

세밑 푸념

나의 나

문미란

북성포구의 멀미

질감

두툼한 추억

신종찬

코로나의 신탁(神託)

왕진

바둑

최하림

수묵화

<수필>

이병훈

임사체험과 아름다운 마무리

정말로 좋은 세상

김창남

Maine 소묘

반 고흐 카페 Café Van Gogh

오세윤

하늘 낚시

우산

신상만

‘선물 우체통’을 읽고

조중행

‘미라보 다리’의 회상(回想)

유석희

천렵 이야기

지혜로운 판단

유형준

고향 수업

두물머리 느티나무

이명지

나의 ‘바깥’

꾸덕하다

신종찬

글 쓰는 이들의 나무, 배롱나무

하은주

오링의 추억

강진영

싸리 눈구름이 지나가던 날

강지형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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