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죽어 12명이 다시 살아난 환생
이제 서서히 공포영화 시즌이 다가온다. 여름이 빨리 오고 길어진 탓인지 공포영화 개봉 시기도 점점 더 빨라지고, 개봉 편수도 많아졌다.
"주온" 시리즈와 "그루지"를 통해 이름을 알린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신작 "환생"은 윤회설에 착안한 영화다. 한을 품고 죽은 원혼이 다시 태어나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다.
제작사 제이 호러 씨어터에 관심을 둘 만 하다. 이 회사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을 비롯해 "링" "검은 물밑에서" 나카다 히데오, "링 버스데이" 츠루다 노리오를 비롯해 마사유키 오키아이, 다카야시 히로시, 구로사와 키요시 등 일본 공포 영화의 유명 감독 6명이 만든 곳.
"환생"은 영화속 영화 구도로 돼있다. "환생"속에 "기억"이라는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도입부부터 심상찮다. 도심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남자의 급습을 받은 한남자, 외딴 국도에서 트럭을 몰고가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남자에 기겁하는 운전기사, 매일 밤 반복해서 같은 곳에 가 있는 꿈을 꾸는 여대생. 정체모를 묘한 기운을 객석에 깔아 놓는다.
배우 지망생 스기우라 나기사(유카 분)는 "기억"이라는 영화의 오디션을 본다. "기억"은 1970년 사후 세계 연구에 빠져있던 오모리 교수가 가족과 여행을 갔던 오사카 한 호텔에서 사망 당시의 영적 기운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아들과 딸을 비롯해 호텔 직원과 투숙객 11명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오모리 교수의 아내만 살아남았다.
"기억"의 마츠무라 감독(시이나 기페이)은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던 나기사를 딸역의 주연 배우로 뽑는다. 그러나 나기사는 오디션을 본 이후부터 인형을 든 섬뜩한 소녀와 매번 부딪힌다. 지하철 밑, 침대 뒤 등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에서 자신의 눈에만 비치는 소녀로 인해 공포감이 일어난다.
감독은 실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폐허가 된 35년 전 사건 현장 호텔을 찾아간다. 꺼려하는 배우들을 재촉하며 11명이 살해된 위치 그대로 배치시키는 순간 나기사의 눈에 오모리 교수가 보인다. 그 뿐 아니다. 살해 당한 사람들이 환생이라도 한 듯 나기사 앞에 등장한다.
나기사의 환상과 함께 호텔은 촬영 현장이 아닌 35년 전 바로 그 장소로 변해간다.
공포 영화를 보며 공포감이 배가될 때는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다. 동양인들에게는 익숙한 "환생"이라는 소재가 공포 영화 소재로 채택되면서 관객의 의식을 몽롱하게 만든다.
영화 속 영화를 찍는 과정이 보여지는 한편 환생한 11명이 전생을 찾아가는 과정도 생각할 수록 묘한 느낌을 준다.
"기억"속에 등장하는 사건은 진짜 벌어진 일은 아니다. 다만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감독이 모티브를 따왔던 것.
공포영화에 관한 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일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불현듯 생각해보면 더 공포스럽다.
11명이 죽었는데, 12명이 살아났다? 그렇다면 그 한 명은 누구일까? 이게 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