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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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시작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5.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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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102개 의료기관 대상 의료현장 실태조사
PA 운영 그대로 방치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상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과 PA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보건의료노조, 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협회 등과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소속 93개 지부(102개 의료기관)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환자치료와 의료기관의 대응 상황, 보건의료 인력운영, 야간교대근무제 운영 등 의료현장의 실태조사 결과를 5월 31일 발표하고 더 이상 의사인력 부족을 대체하기 위한 PA(Physician Assistant) 운영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의료현장 실태조사에서 의사의 고유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는 명확히 드러났다”며 “구체적으로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처치를 처방하고,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진료과에서는 의사 대신 수술과 수술기록지를 작성, 심지어 환자의 치료 방향은 물론 암환자의 항암제 용량을 계산, 동맥관 채혈과 A-line 삽입 등의 침습적 시술을 시행, 최악의 경우 사망을 전제로 하는 환자의 수술·시술·검사 등에 대한 동의서를 의사 이름으로 받는 등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사례는 상상을 초월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에 응한 모 간호사는 “PA 본인에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라, 피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혼자 견디든지 나가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권력과 권위를 이용하여 불법의료행위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경우 징계나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PA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 법적 처벌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PA가 법률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법과 위법의 경계 위에 서 있다는 것.

불법의료행위를 하면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체성의 혼란을 늘 갖고 있고 간호사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과 갈등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도 확인됐다. PA인력들은 ‘의사 이름으로 처방을 내지만 의사들은 정작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처방한 것이 아니라며 PA에게 미룬다’, ‘환자·보호자들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PA는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업무를 지시한 진료부서나 간호부서에서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의사들은 본인들의 업무를 대신 이행할 것을 지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현행 법률상 행위당사자인 간호사가 처벌 대상이다. PA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이 없다’, ‘의사의 고유업무를 대행함으로써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만 보호책이나 구제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무범위 불명확하고 업무 구분의 기본원칙 무너져 의료인 간의 갈등과 혼선 증가도 문제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현장에서는 업무 내용의 혼선은 물론 의료인 간의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명확한 업무 규정이 없고 의사가 할 일은 의사가 하고, 간호사가 할 일은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의료인간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의사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의사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PA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또, PA간호사들은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위치에서 간호부서 소속인지 진료부서 소속인지 간호사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실태조사에서 PA간호사들은 ‘간호부와 진료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다’, ‘일반간호사와 의사 사이에서 역할 갈등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간호부와 진료부가 의견이 달라 부딪칠 경우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느낌이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진료부는 간호사를 같은 의료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PA간호사에게 의사 수준의 의사 결정을 요구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PA 증가로 인한 인력난 가중으로 인력운영의 파행과 악순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PA간호사들은 의사인력이 부족해 의료현장은 PA인력이 없으면 의료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 감소와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으로 PA인력은 계속 증가해 의사업무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PA 인력 증가는 결국 경력간호사의 자리를 신규간호사로 대체함으로써 의료현장 인력운영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사결과 ‘숙련도가 높은 임상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들을 주로 PA간호사로 내부발탁하고 있어 병동마다 경력간호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상시에도 간호사들이 부족한데 PA간호사로 빠져나가다 보니 직접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대부분이 신규간호사로 편성되고, 신규간호사들이 적응하여 경력간호사로 이어지더라도 결국 또 PA간호사로 대체됨으로서 그 자리는 신규간호사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인력운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의 심각한 문제초래,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행위 근절과 PA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환자를 속이는 행위이고,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이다. 정부는 더 이상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해서도 안 되고, 무대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만연해 있는 PA인력의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묵인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PA인력 문제는 개별 의료기관이 이름을 바꿔 해결할 문제를 넘어섰고 의협과 타협할 문제도 아니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보건의료노조, 의협, 병협, 간협 등 해당 당사자조직이 참가하는 협의 자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7차례에 걸쳐 △PA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현장 실태 △코로나19 치료현장 실태 △감염병 대응기구 운영과 노조 참여 현황 △의료기관 비정규직 실태 △인력부족으로 인한 휴가, 휴일 실태 △의료기관 야간교대근무 실태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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