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서인석 보험이사, “법 개정 없이 가능한 청구 간소화 서비스 마련 해야”
금융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언젠가 될 것, 의료계 명분 상대적으로 약해”
“의료계는 이미 법 개정 없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민간회사들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5월 10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문제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의 계약관계의 문제라면서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을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반대 입장에서 발제자로 나선 서인석 보험이사는 “청구 간소화 법이 통과되면 보험사는 심사가 편해지고 행정적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청구하는 모든 보험금을 다 주지는 않을 것이고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져 결국은 보험료 인상으로 연계될 것”이라며 “결국 국민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보험료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에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을 의료기관에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법 개정 없이 시행 가능한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대부분 실손보험이 많이 발생하는 기관은 규모가 큰 의료기관인데 이미 핀테크 회사들과의 협력으로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민간 핀테크 회사들을 보험사들이 도와주는 게 더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급종합·종합병원·병원·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이 EMR 기업들과의 제휴로 출력물 없는 실손보험 청구 지원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이지케어텍, 비트컴퓨터, 평화이즈 등 국내 주요 27개 EMR 기업들은 의료기관들과 계약해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까지 약 10,000개의 병원들이 참여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이미 청구간소화 서비스는 의료기관 내 키오스크 및 핸드폰 앱으로도 청구가 가능할 정도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서 이사는 청구 간소화 법안을 의료기관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반대한 법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서 이사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자적 전송에 대해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때문에 청구하는 것이지 실손보험회사를 위해 의료기관이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실손의료보험의 청구대행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심평원이 민간보험회사를 대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 이사는 “민간보험 상품개발 및 심사지급 단계에 의료계가 참여해 향후 출시되는 보험상품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없도록 상품 심사를 의료계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생적으로 성장한 핀테크 회사들을 도와주질 못하고 죽이는 법은 만들어서는 안된다”면서 “오히려 보험사가 핀테크 회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이사는 “건강보험으로 만들어진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청구 및 심사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건강보험 청구제도를 민간보험이 지위를 누리는 것은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법적 의무화보다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실손보험사들이 손실이 늘어나고 있어 추후 비급여 심사나 보험계약, 갱신거절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본인 부담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손실 문제를 해결해야지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다”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의료기관이 아니라 보험계약 당사자인 보험사로 하여금 보험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임으로 심평원을 끌고 갈게 아니라 민간 핀테크 업체와 함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법적 의무화로 강제화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등 유인책을 준다면 굳이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민사회단체인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 역시 청구 간소화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는 청구절차의 번거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금액이 소액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로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보험료 미청구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보험금 청구 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제3자를 통한 보험금 청구대행을 법제화할 경우 보험회사는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보험금 청구에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와 전산 데이터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보험청구 간소화를 위한 관련 법안 개정은 보험가입자의 편의성에 목적을 두었다기보다는 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기본적인 전제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공보험 전산망을 활용한 민간보험가입자의 정보 집적 및 이를 활용한 상품개발, 관리운영비 절감 목적에 방침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민간보험은 공보험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이지 대체재가 아니다. 보험 자본의 이득을 위해 공보험의 관리 영역을 침범하거나 경계를 넘는 제도변화는 근본적으로 허용돼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같은 반대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국민 편의를 앞세워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서류전송은 이미 병원이 하고 있는 업무다. 물론 절차는 다르지만 건강보험, 자동차보험에서 하고 있다”면서 “물론 새롭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비용이 들겠지만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민감한 개인의료정보 유출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서류들을 보험사에 보내고 있고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면서 정보유출이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고 처벌조항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개기관이 비급여를 심사하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이 과장은 “중개기관에 대해서는 통과만 하고 자료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고 목적외에는 사용을 못하도록 처벌규정을 만들었다”면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형식만 전자적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손보험 전산화가 언젠가는 될 것을 보인다”면서 “의료계의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