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열연 돋보인 피터팬의 공식
어린이들의 천국 "네버랜드(Neverland)"에 살며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은 정말 행복했을까? 피터팬은 어른이 되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어른이 될 수 없었던 걸까?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제작 LJ필름)은 이러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다. 상영 시간 내내 "피터팬의 공식이란 대체 뭘까"라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제목은 영화의 내용과 맞물려 묘한 흡입력을 지닌다.
다양한 해석과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피터팬의 공식"이 13일 개봉한다.
올해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상을 받기 전에도 부산ㆍ베를린ㆍ홍콩 등지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독립영화라는 점 때문에 그 동안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심사위원상 수상 덕에 햇빛을 보게 됐다.
바닷가 소도시에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한수(온주완 분).학교 수영부의 대학 진학 여부를 좌우할 전국체전 준비가 시작된 즈음, 최고의 메달 기대주로 꼽는 한수는 돌연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전해 들은 엄마의 음독자살 기도 소식.
공부도 수영도 그 무엇도 붙잡아주지 못했던 한수의 마음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엄마를 지켜보며 더욱 오갈 데를 찾지 못한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살아왔고, 몰라도 상관없다고 믿었던 한수는 어머니가 남긴 유서를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다.
혼자 남은 집에서 비어 버린 마음으로 지내던 한수는 옆집에 누군가 이사 오던 날,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인근 학교 음악교사인 인희(김호정).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을 이겨 보려고 애쓰며 버티고 있는 한수에게 인희는 거의 유일한 관심의 대상이 돼 버린다. 영화는 어머니를 홀로 돌보며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한수의 고달픈 일상과 인희와의 관계를 오가며 흘러간다. 고액의 병원비 때문에 편의점을 터는 한수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성적 욕구의 대상이기도 한 인희의 위로. 감독은 19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삶에 내동댕이쳐진 한수의 모습을 통해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된 소년이 감내해야 하는 힘겨운 성장통을 그렸다.
감독은 영화 이곳저곳에 판타지 요소를 배치해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의식불명의 한수 어머니가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가는 모습이나 한수가 어머니가 누웠던 침대에 옷을 모두 벗고 누워 자신이 푸른 바다를 유유히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감독은 이들 장면을 통해 한수가 이제 성장의 고통을 모두 이겨내고 어른이 됐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전라 연기도 마다하지 않은 채 오롯이 한수 캐릭터에 몰입한 온주완의 열연이 돋보인다.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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