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사랑, 로망스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넘어선 진한 사랑 이야기다.
목숨을 건 사랑이라 하기에 결말이 충분히 짐작됐지만 그 과정이 너무 처절하다.
조재현ㆍ김지수 주연의 "로망스"(감독 문승욱, 제작 엘제이필름)는 통속적이기 그지없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심신이 나락에 떨어져 있는 두 남녀가 운명같은 만남으로 사랑을 느낀다. 뻔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뻔한 결말이 나오게 하는 과정 역시 누구나 짐작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아파올 만큼 집중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조재현의 연기력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수준. 조재현은 영화 "나쁜 남자"와 드라마 "피아노"에서 보였던 절박함과 순수함을 오가며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려는 형준을 연기했다.
"여자, 정혜"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한 김지수는 지금까지 영화를 멀리 했던 "과오"를 뉘우치기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장점인 멜로의 감성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그러나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 건 전형적인 악역 강 형사 역의 윤제문, 스크린에서 자주 만날 수 없었으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윤희 남편 정환 역의 엄효섭, 그리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깨부수고 거침없이 캐릭터에 다가선 박 형사 역의 장현성등 조연들의 활약이다.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다분히 영화적인 설정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다만 영화의 무거움에 동조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이거 뭐야. 너무하잖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을까. 조재현은 "이런 어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들에게 "잘 봐주세요"라 말할 수 없다. 이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맞아, 사랑은 이럴 수도 있구나"를 느끼게 하면 족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런저런 감정의 경험이 풍부한 성인들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기에 설정의 무리함이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말단 경찰 형준(조재현 분). 젊었을 때는 불의를 못 참는 열혈 형사였다. 그러나 그런 그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회의 생리에 맞지 않았고 점점 더 삶의 자신감을 잃어간다. 더욱이 아내도, 자식도 떠났다.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대권 주자의 며느리이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남편 정환의 의처증과 집요함으로 병든 새처럼 살아가는 윤희(김지수). 그는 절대 웃지 않는다. 웃을 수 없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이들이 서로에게 빠져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극히 짧다. 유유상종. 청춘의 사랑처럼 밀고 당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두 사람은 밥 먹고, 탱고를 추고, 추억이 담긴 집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정환의 공격이 시작된다. 정환의 하수인이 된 강 형사는 형준을 죽음 문턱까지 이르게 한다. 윤희는 남편의 공작으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남편이 아내를 곁에 두려는 방법은 끔찍하다.
이처럼 극단의 상황에 몰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죽음조차도 무서워하지 않는 서로에 대한 사랑밖엔 없다.
문승욱 감독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극단의 상황까지 몰아붙이는 과정이 오히려 물 흐르듯 흐른다. 끝까지 호흡을 잃지 않고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배우들의 연기에 숨이 벅차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약점은 바로 그것. 목숨까지 건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가 힘겨운 관객이 분명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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