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얘기는 언제나 가슴을 찡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내 얘기는 아니더라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이심전심"이라는게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감독이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모두들, 괜찮아요?"(감독 남선호, 제작 마술피리)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안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민하나쯤은 다 있다고 하지 않던가. 감독은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가족사를 영화에 그대로 펼쳐놓았다. 감독의 이런 용기는 "공감대"라는 큰 무기가 돼 관객과 만날 것이다.
한때 전도유망한 무용수였지만 지금은 동네 무용학원 원장인 민경(김호정 분).민경네 식구들은 하나같이 애물단지다. 가출이 일과인 치매 아버지 원조(이순재)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각종 사고를 몰고 다니고, 10년째 영화감독 지망생인 남편 상훈(김유석)은 장인이나 돌보며 소일하는 "백수다. 9살배기 아들 병국(강산)은 아빠를 삼촌이라 부르는 맹랑한 애어른. 용하다는 점쟁이마저 "개털" 사주라 명명한 남편과 사고뭉치 아버지는 매일 민경의 염장을 지른다.
민경은 "1년만 더 참아달라"며 감독 데뷔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에게 지치고, 아버지의 반복되는 가출에 매일 동네를 헤매야 한다. 또한 치매노인인 아버지에게 여전히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배다른 형제들도 민경을 힘들게 한다.
이런 와중에 민경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이 터진다. 백수 남편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무용선생과 "바람"의 전초전을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들 병국마저 원인 모를 고열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여기에 아버지는 행방불명돼 온데간데없다.
영화는 한마디로 "구질구질한" 가족사의 속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모두가 영화 속 민경네 가족처럼 살지는 않겠지만 치매 부모로, 백수 남편으로, 아이 문제로 고민을 안고 사는 한국인에게 영화 속 이야기는 "나도 그런데"라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내용은 어둡지만 영화는 심각하지 않다 감독은 이야기에 코미디 요소를 버무려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단점. 단막극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해 영화적 매력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메시지라면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데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정도라고나 할까.
영화 "나비"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호정이 만들어내는 "민경" 캐릭터는 "살아 숨쉰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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