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혁신이 나의 삶이자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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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혁신이 나의 삶이자 생애"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2.11.3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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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멸균기 38년 외길 한신메디칼 김정열 대표이사

▲ 김정열 대표이사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한신메디칼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서 맨 처음 눈에 띈 것은 승용차 두 대가 한 번에 들어갈 만큼 넓고 큰 엘리베이터다.

“덩치가 큰 고압증기멸균기를 완제품 상태에서 손쉽게 실어나를 수 있도록 아예 큰 놈(?)으로 뽑았다.”고 말하는 김정열 한신메디칼 대표이사는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산증인이자 원로이면서 또 업계 발전의 주역이기도 하다.

1975년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작은 공장에서 처음 의료용 멸균기 사업에 뛰어든 그는 38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로지 한 우물만 판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수성가한 관련분야 선두기업 오너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자부심은 거침없는 그의 말투와 표정에 속속 스며있다. 이런 식의 인터뷰는 업무(?)라기보다는 수다(?)를 떠는 것과 같은 설레임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왜 성공하면 교만해지고, 망하면 겸손해지는가?” 김정열 대표이사가 기자에게 처음 말문을 열었다. 일반 식당에 가면 종업원에게 큰 소리를 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특급호텔 레스토랑에 가서는 조용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그 사람의 인격, 즉 사람의 가격이 매겨진다는 게 김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또 인격은 지식의 많고 적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어느 누구 앞에서나 항상 일관되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드러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상대금을 독촉하며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던 거래업체 사장이 경기가 안정되자 다시 거래를 하자고 요구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김 사장은 “나는 물건을 만들 때도, 팔 때도, 팔고난 후에도 항상 일관된 태도로 고객을 대한다”고 말했다. 팔 때는 갖은 아부를 다 하고, 판매대금이 입금된 후에는 고자세로 나간다거나, 겉은 멀쩡하지만 10년도 못 가 망가지는 기계는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것.

“내 색깔과 중심을 잃어버리지 말자고 늘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도 물건을 팔기 위해 구걸하거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그의 고집과 근성은 의료용 멸균기 분야에서 한신메디칼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탄탄하게 떠받치는 토대가 됐다. 그는 말한다. “한 번 팔면 20년이고 30년이고 계속 쓰니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아 재미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매출이 쑥쑥 늘어나지 않아 아쉽다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그의 방에 걸린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연구개발과 고객을 감동시키는 품질혁신의 달성’이라는 ‘품질 방침’은 목표가 아니라 바로 김 대표이사의 ‘삶’이자 ‘생애’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김 대표이사는 또 병원에서 아무리 수술이 잘 됐다 하더라도 멸균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아 수술부위가 감염되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멸균기가 필수 기초장비지만 수가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현미경입니다. 제대로 들여다봐야 처치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현미경이 개발되더라도 수가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멸균기도 같은 처지입니다.”

따라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할 의사와 함께 현미경, 멸균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진료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김 대표이사는 역설했다.

그의 길고 집요한 멸균기에 대한 애착은 자신의 회사 발전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전반에 관심이 확대될 만큼 깊이까지 갖추고 있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제조업 비중이 30%를 겨우 넘길 정도로 수입품 의존도가 높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격차가 많이 해소된 것이 이 정도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입이 아닌 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의지와 함께 국내 IT분야의 발전에 힘입어 외국에서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 경쟁력은 취약한 분야라는 것. 따라서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모아 전력투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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