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환자중심으로 개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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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환자중심으로 개선할 때
  • 전양근 기자
  • 승인 2011.05.0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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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불편, 불필요 사회비용, 병원 외래약국 부활 재검토
약제비, 건보지출 감소로 무리한 조제료와 수가인하 안해도 돼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 11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정책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제도에 대해 당초 기대한 정책효과는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고 환자불편과 부담만 가중됐다는 지적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이해당사자들간의 합의로 병원의 외래조제실을 폐쇄함으로써 의약분업 본래의 정책목표와 관계없이 환자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중인 의약분업 형태는 의사와 약사가 각각의 직능에 따라 처방과 조제를 하는 직능분업 형태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직능분업이면서 병원급에만 예외적으로 약사가 있어도 외래환자에게 조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의약분업 형태는 완전 직능분업이 아닌 일종의 제한적 직능분업 형태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왜곡된 의약분업 형태로 파생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외래약국과 약사가 준비되어 있는 병원에서 조제를 받지 못하고 병원밖 약국에서 조제를 받는데서 오는 불편과 시간손실 등 사회적 비용의 낭비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의약분업제도는 도입 당시 완전 직능분업을 하지 않고 병원의 외래 조제실을 폐쇄하는 제한적인 의약분업 형태로 왜곡됐을까? 그것은 바로 의약분업 당시의 의사와 약사 간 직능간의 합의에 따른 것에서 기인한다.

의약분업 도입 논의과정에서 완전 직능분업을 시행하게 될 경우 외래조제실을 보유하고 약사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의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해 의사와 약사 두 직능이 전격 합의하게 된 것이다.

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의원밖의 약국에서 조제받는 것과 병원에서 외래약국을 통해 원스톱으로 조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왜 이와 같은 합의가 도출됐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의사와 약사의 직능간 이기주의 때문에 병원의 외래약국 조제가 금지됨에 따라 환자들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처방전만 받아 병원밖 약국에서 조제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환자불편을 초래한 의약분업이 과연 당초 내세운 정책목표를 달성했을까? 이에 대한 반응은 이해관계자마다 엇갈린다.

의약분업을 밀어부친 행정당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어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계에서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가 의약분업제도때문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달과 심평원의 감시기능 강화 등 다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동안 집계한 '의약품처방 품목수'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항생제 처방률은 10.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동안 처방건당 약품수가 3.58%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항생제 처방은 분명히 큰 폭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치를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지역과 시행하지 않는 지역과 비교해 보면 실제 정책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시된다. 앞서 통계치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지역의 항생제 처방률.

반면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는 예외지역의 통계는 항생제 처방률 16.11% 감소로 나온다. 의약분업을 하지 않는 예외지역의 항생제 처방률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차이에 대해 의약분업제도때문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홍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시기능 강화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항생제 처방감소에 따른 의약품 오남용 방지는 그렇다 치고 의약분업의 또다른 정책목표였던 불필요한 의약품 소비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은 어떻게 되었나?

급여비와 법정 본인부담금을 합친 총 의료비의 경우 지난 2000년과 비교해 2009년에 169.7%가 증가했다. 일반적인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증가폭이 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 기간동안 약제비가 744% 증가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기간동안 총약제급여비에서 차지하는 조제료 비중이 27.2%나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은 줄어들었는데도 약제비는 크게 증가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의약분업 시행에 반드시 필요한 의사와 약사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병원내 외래약국을 폐쇄하고 조제료 등을 올려주다 보니 환자불편과 부담만 가중되는 기형적인 의약분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의 원인과 개선방향이 뚜렷한데도 의약분업 재평가 논쟁만 시작되면 의료계와 약계가 약제비 증가의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의약분업 철폐와 성분명처방 도입 등 상대방의 약점을 내세워 맞대응하는 바람에 개선방안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채 논쟁만 벌이다 마는 행태가 거듭되어 왔다.

그 와중에서 병원 내 약국을 이용하지 못하고 병원밖으로 나가 조제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그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병원내 외래조제실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많다. 우선 처방 및 조제에 있어서 원스톱 서비스를 통한 환자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효과는 엇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한 약을 처방하는데서 오는 약제비 감소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같은 정책으로 약제비와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면 무리하게 건강보험 수가와 조제료를 깎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할 것이다.

5월4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에서 이재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가 공동 개최하는 '의약분업제도의 평가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진정 국민을 위해 의약분업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할 것인지 그 해법을 찾아본다는 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아니면 또다시 의약분업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치우쳐 책임소재 공방을 벌이는 헛된 논쟁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는 이해당사자들의 이기주의적 주장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과 환자들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머리를 맞대야할 시간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성상철)는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환자불편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인 병원 외래약국을 재가동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묻는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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