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건강권침해 위헌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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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 건강권침해 위헌적 조치
  • 박현
  • 승인 2008.06.2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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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시험 신뢰회복 및 환자의 선택권 존중 우선 요구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박탈하는 성분명처방에 반대와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완료 후 본격적으로 동 제도가 시행되기에 앞서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주최로 국민에게 득실이 될지를 따져보기 위해 각계 전문가의 참여로 28일 의협회관에서 개최된 “성분명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토론회에서 예상대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에 대한 불신과 이를 기초로 한 성분명처방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장인진 서울의대 약리학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한 후발 제네릭 약품의 허가가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의 전제조건이 되며 이러한 허가에 가장 중요한 자료가 생물학적동등성시험(BE시험)의 결과라며 BE시험 자체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장 교수는 “BE 시험이 나이, 성별, 유전적인 개인차, 질병의 영향, 병용약물의 영향 등 약물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어 가능한 모든 인자의 영향을 제거하고 제형 자체의 차이만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는데 이러한 설계의 전제는 오리지널 약품을 제네릭 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네릭 의약품의 국내 허가 상황에서 성분명처방은 이러한 BE시험의 설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인 제네릭에서 제네릭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제네릭 약품 간의 대체 또는 성분명처방이 이루어질 경우 적어도 12% 이상에서 치료의 실패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예상했다.

또한 약물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거나 그 약품이 치료지수가 좁은 약물인 경우일 때, 또는 환자 질병 치료에 엄격한 약물효과 조절이 필수적인 경우에는 심각한 결과도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하 의협 의무이사도 이날 토론회에서 성분명처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처방이란 환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쓰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인데 성분명처방의 강제는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해 최적의 치료를 받고자하는 건강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박 의무이사는 “성분명처방은 환자의 상태와 약의 특성을 고려해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최적의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의료인인 약사에 의해 약이 선택되는 것이고 무슨 약이 투약되었는지 의사가 알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박 의무이사는 “생동성 약이 약효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생동성이 같다고 하더라도 80~125% 범위 내에서도 약효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조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신성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는 “정부가 성분명처방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목적이 약제비 절감에 있으며 또한 정부는 총 진료비에 대한 약제비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주장하나 이는 약제비의 규모가 큰 것보다는 진찰료, 검사비, 수술비 등의 수가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약제비 비율이 높아진 결과”라고 반론했다.

신 학술이사는 성분명처방으로 약제비 절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불확실하며 무엇보다도 제약회사에서 비용을 받아 위탁업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 실험과정에서의 조작가능성 등 약제 생동성실험의 부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규정 울산의대 교수는 임상의사가 약을 선택할 때 당연히 고려하는 기준은 ‘효능’과 ‘안전성’인데 대부분의 제네릭 약품에서 average BE(bioequivalence)가 아닌 population BE 혹은 individual BE로나 밝혀질 수 있는 약동학적 차이가 효능에 미치는 영향, 성분 혹은 조성이 다른 부형제에 의한 안전성의 차이 등이 명확하게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더 나아가서, 안전성에 관련된 모든 자료가 다 있고 환자의 특성 또한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약물 부작용에 의한 손상이 발생할 경우 의사도 모르는 요인에 의한 약물부작용이라면 의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환자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한편 민영미 녹색소비자연대 전문위원은 성분명처방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생동성시험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신약개발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약회사로 혁신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민 전문위원은 이어 성분명처방제도의 시범사업 실시와 관련하여 시행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간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제도 시행여부의 판단에서는 정부 또는 이해집단의 입장보다 소비자입장이 중시되야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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