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선진 암센터 사례로 본 국내 암센터의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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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선진 암센터 사례로 본 국내 암센터의 지향점
  • 김완배
  • 승인 2008.04.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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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 홍보실장 신상훈
우리나라는 매년 약 12만명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6만 4천여명이 암으로 인해 죽는 등 국민 4명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1위인 암으로 인해 국가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급증하고 있고 대형병원에서는 암환자가 전체 입원환자의 30~40%에 이르고 점차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병상 수급현황을 볼 때 암환자들을 위한 만성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은 의료기관들의 병상 증축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08년 병원계 최대의 화두는 단연 ‘암센터’이다. 국내 대형 병원들이 잇따라 암센터 건립에 나섰고, 지방의 국립대학병원들도 속속 지역암센터를 개원하여 200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암센터 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1월 652병상규모의 암센터를 건립하였고, 서울 아산병원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2008년 6월까지 암센터의 규모를 800병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5월 1200병상의 새 병원을 개원하데 이어 2008년 3월 500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지었고, 강남성모병원은 2009년 5월까지 1,200병상규모의 새 병원을 지으며 암센터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등을 새롭게 개원한다고 한다.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지방 국립대병원들의 지역암센터 설립과 원자력 의학원 동남권분원 등을 고려하면 2008년이면 줄잡아도 4,000병상 이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대형병원들은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고, 아시아 의료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암센터 건립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전을 완성하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세계화된 인력양성계획 이나 진료체계 개선 등 소프트웨어 투자 계획도 함께 제시되어야 하나 안타깝게도 그런 곳은 없다. 건전한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국내의 의료현실을 생각해 볼 때 대형화가 곧 경쟁력이란 판단 하에 불필요한 과잉경쟁을 촉발하여 의료기관의 부실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의 소리 또한 높다.

슬로안-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New York), M.D. 앤더슨 암센터 (M.D. Anderson Cancer Center, Houston),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Boston) 등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암센터들은 매머드 급이 아닌 500병상정도의 규모에 3,000~16,000명의 직원들이 암 치료에 임하고 있다. 500병상의 시설에 1,500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의 국립암센터와 비교할 때 이들은 풍부한 인력을 가지고 다면적 접근 방식으로 암 치료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새로이 500~700병상 규모로 지어지는 대형병원들의 암센터는 규모면에서 외국에 뒤떨어지지 않으며, 새로 도입되는 의료장비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일 것이다.
병상 규모나 장비 수준이 최고이기 때문에 우리가 암 치료에 관한 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찌 보면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대열에 올라선 그들은 수십 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구비가 뒷받침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진두지휘 하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하드웨어가 최고 수준이니 우리가 짧은 기간 내에 그들을 따라잡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바람은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계 최고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무분별한 확대 보다는 내실 있는 소프트웨어의 확충이 필요하다. 운동경기에 견주어 비교한다면 암환자의 치료 과정은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라 할 수 있다. 축구에서 뛰어난 공격수 한 사람만으로 경기를 이길 수 없고 전체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단결된 팀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암환자의 치료 과정도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치료방침을 정할 수 있는 통합진료개념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암 환자들이 한 자리에서 여러 전문의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통합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행정적 장애 요인을 개선하고 통합진료와 관련된 보험의료수가의 조정이 필수불가결하다. 게다가 의사 한 사람당 하루 외래 환자수 및 입원환자의 상한선을 규제하고 줄어든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수가를 보전하여 주어 암환자 진료가 현재의 의료서비스와 같은 양의 경쟁이 아니라 질의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암 연구 분야에 우수한 과학 인력들이 계속 모여들 수 있도록 연구원들의 연봉이 조금 더 현실화되어 연구비에 반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 분야의 지원책을 내놓다 하여도 석․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받는 한 달에 200만원 안팎의 연봉을 생각해 보면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 기술 분야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 병역특례자의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것 또한 우수한 연구 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 암센터들간의 원활한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또한 동아시아 의료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요하다. 매일같이 새로운 항암치료제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 R&D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은 가까운 미래에도 원활하지 못하겠지만 백인들과 인종적 차이점이 뚜렷한 아시아인들을 대표하여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을 유치하여 참여하고 그 결과를 새로운 치료법 개발하는데 매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되고 동아시아 의료 허브의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새로 개발된 약제의 신속한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원활한 네트워크 못지않게 식약청의 보다 빠른 약제사용 승인절차도 필수적이다. 약에 의한 국민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나 암으로 죽어가는 국민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의 빠른 개발 역시 그에 못지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암센터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치료를 위해 해외로 가는 환자와 교포 환자뿐 아니라 외국환자들까지도 암 치료를 받고자 원하는 세계적인 암센터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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