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만 차단하는 새 마취기술 개발
상태바
통증만 차단하는 새 마취기술 개발
  • 이경철
  • 승인 2007.10.04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추의 주성분인 캅사이신을 이용해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만 차단하고 다른 신경들은 그대로 살아있게 하는 새로운 마취기술이 개발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클리포드 울프 박사는 현재 국소마취에 쓰이는 리도카인의 유도체인 QX-314에 캅사이신을 섞어 주사하면 통증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만 차단하고 근육운동과 감각(촉감) 등을 관장하는 다른 신경들은 살려둔 채 마취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울프 박사는 쥐들에 이 새 마취제를 투여한 뒤 불편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뜨거운 곳에 올려놓고 발을 침으로 찔러본 결과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정상적인 동작을 했다고 밝혔다.

마취 효과는 주사 후 30분만에 나타나기 시작해 여러 시간 지속되었다.

이 새로운 마취법은 발치 등의 치과수술, 무릎 등 관절수술, 분만여성의 산통, 만성통증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이며 이 밖에도 습진, 옻 과민반응에 의한 가려움증을 진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울프 박사는 말했다.

울프 박사는 이는 쥐실험 결과이지만 쥐와 사람은 통증감지 신경세포가 매우 흡사하기때문에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2-3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최초의 임상시험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프 박사는 이 새로운 마취법의 작동기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리도카인은 모든 신경세포의 전기흐름을 방해해 모든 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 리도카인의 유도체인 QX-314도 마찬가지로 신경신호를 차단하지만 분자의 덩치가 너무 커 자력으로는 신경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 때 캅사이신이 나서서 QX-314가 신경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캅사이신은 그러나 통증수용체 신경세포 벽에만 이런 구멍을 뚫어 줄 수 있기때문에 통증감지 신경세포만 차단되고 다른 신경세포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취기술은 전신마취제인 에테르가 1846년 처음 도입되면서 수술에 혁명을 가져왔지만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현재까지 기본적인 마취개념에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