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항생제 흡착 문제 해결 ‘수액세트’ 주목
상태바
항암제·항생제 흡착 문제 해결 ‘수액세트’ 주목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10.31 0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RB헬스케어와 한양대의과대학, 관련 연구 진행
기존 수액세트 재질이 일부 약물 흡착하는 것 밝혀내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와 항생제 투여 시 수액세트에 발생하는 약물 흡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둬 주목된다.

DRB헬스케어와 장용우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특정 재질의 수액세트가 항암제 및 항생제의 성분을 흡착해 약물 투여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암 환자 등 중증 환자 치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수액을 통해 항암제를 투여할 때 항암제 성분이 수액세트 튜브에 흡착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환자에게 전달되는 약물의 정확한 양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암 환자에게는 정량 투여가 치료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데 기존 수액세트 재질인 PVC나 폴리우레탄(PU)이 일부 약물을 흡착하면서 정밀한 투여가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DRB헬스케어와 장용우 교수 연구팀은 항암제 흡착 실험을 통해 실제 일부 약물의 흡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5종의 항암제(5-fu, 에토포사이드,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시스플라틴)와 3종의 항생제(반코마이신, 메로페넴, 타박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2종의 항암제(에토포사이드, 도세탁셀)가 PVC 및 PU 재질에 흡착됐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항생제의 경우 전부 흡착이 발생했는데 특히 반코마이신과 메로페넴은 PVC에, 타박탐은 PU에 흡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폴리올레핀(PO) 재질에서는 어떤 약물도 흡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FT-IR)을 사용해 항암제와 항생제가 각각 수액세트 튜브에 어떻게 흡착되는지 추가로 확인했다.

FT-IR 분석법은 약물이 수액세트 재질에 흡착될 때 발생하는 분자 구조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항암제와 항생제가 수액세트에 흡착되는 현상을 명확히 밝혀냈다.

장용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에 대한 흡착 연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수액튜브 재질별로 항암제의 흡착 여부를 비교 시험한 것은 최초”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환자 치료권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물 흡착 방지 수액세트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PO 재질 수액세트 제조사가 7곳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6월 ‘약물 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을 신설 고시한 이후 약물 흡착방지 수액세트 품목으로 3개 업체의 수액세트가 등록됐다.

PO 재질은 약물 흡착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심중선 DRB헬스케어 대표는 “PO 재질은 폐기 시 환경 유해 물질을 억제하는 특징이 있어 EU와 같은 환경 기준이 엄격한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도 “항암제가 정량으로 투입되는 것은 암 치료의 첫걸음”이라며 “항암제뿐 아니라 면역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로 흡착 연구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11월 7일과 8일 양일 간 열리는 대한약리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 ‘Importance of Non-Adsorptive Materials in Infusion Tubes: Evaluation of Drug Adsorption Using FT-IR Analysis’라는 제목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강주섭 약리학회 회장은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적정한 약물의 양, 효과성, 부작용 등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수액세트에 약물이 흡착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문제”라며 “수액백이 약물흡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재질로 모두 바뀐 것처럼 수액세트도 반드시 바뀌도록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