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노조, “싱크탱크 정책연구기관에 의료영리화 발 붙이면 안 돼”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이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으로 유력한 인물을 공개 저격하고 나선 이유에 이목이 집중된다.
건보노조는 8월 5일 성명을 내고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차기 원장으로 유력한 인물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인물이 그간 시장 중심의 의료민영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는 이유에서다.
건보노조는 최근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K-의료’로 자랑해왔던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민간병원 의존 심화 등으로 인해 시장 논리에 얼마나 취약하고 공공성을 상실해 가고 있었는지 그 민낯을 확인했다는 말로 성명의 운을 뗐다.
돈이 안 되는 의료 취약지에는 병원이 없고, 병원과 동네 의원은 무한 경쟁 각자도생의 환경에 내몰려 국민건강과 의료의 질보다는 이윤 극대화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실손보험으로 인해 비급여 과잉진료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필수의료는 붕괴하고 있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체계를 바로잡을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건보노조의 지적이다.
건보노조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힌 현상을 쾌도난마처럼 해결할 수 있는 묘수란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며 “결국, 시장 의존성을 줄이고 의료 공공성을 확보해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것만이 해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노조는 이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전망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기반으로 진료비 절감, 수가 구조 개편 등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올바르게 세워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통합돌봄 기본법 제정 이후 건강관리와 간호를 접목하는 공공 돌봄 지원 체계를 만들어 내야 하는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유일한 보험자인 건보공단과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건강보험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막중한 때라는 것.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의료 급여 보장에 관한 효율적 제도 개선, 정책자료의 적기 생산, 합리적인 정책 대안 연구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건보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와 방향을 제시한 건강보험연구원은 명실상부 건보공단의 ‘싱크탱크’로서 기능했다.
이 같은 건강보험연구원의 새로운 원장 공모가 지난달 5일 공고돼 현재 공개 모집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건보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연구원의 기능이 중요해진 만큼 원장은 공공성에 기반을 둔 탄탄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연구원장의 직무기술서 ‘필요지식’ 란을 보면 관계 법령 및 규정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관련 지식’을 명시하고 있는데,이는 직무상 원장에게 공공성이 필요조건임을 방증하고 있다고 강조한 건보노조다.
그런데 최근 건보공단의 건강보험연구원장 공모 과정에 ‘의료영리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인물이 유력하다는 풍문이 있어 매우 우렵스럽다는 게 이번 건보노조 성명 내용의 핵심.
건보노조는 “인사가 만사라 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애초에 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의 차원에서 그 풍문이 사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여러 루트에서의 우려를 접하고 있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건강보험 제도에 의료영리화를 주장하는 책임자가 결코 적절하지 않음을 천명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건보노조는 “건보노조 조합원들은 옳지 않은 명령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무력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건강보험연구원장 임명 권한은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있는 만큼 건보공단 경영진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미래를 와해시킬 우려가 있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건보노조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건보노조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공적 기능 저하를 가져올 의료영리화를 주장하는 인물의 연구원장 임명이 실제 추진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