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병·의 동시 결렬…밴드 1조2,708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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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병·의 동시 결렬…밴드 1조2,708억 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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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와 2021년도 이어 역대 세 번째 대형 공급자 유형 동시 결렬
두 유형 모두 환산지수 차등화가 발목…추가소요재정 평균인상률 1.96%
김남훈 이사, “결렬된 재정을 타 유형에 배분하는 사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4년 만에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수가협상) 동시 결렬을 택했다.

병원 유형과 의원 유형은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되는 추가소요재정(밴드)의 약 70%를 점유하기 때문에 동시 결렬은 흔하지 않다.

실제로 총 18번의 유형별 환산지수협상이 진행됐는데, 두 유형의 동시 결렬은 2010년도와 2021년도 그리고 올해인 2025년도 단 세 번뿐이다.

올해 협상에서는 ‘환산지수 차등화’와 공급자 단체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 낮은 밴드, 결렬 유형의 재정이 타 유형에 배분되지 않는다는 건보공단 측의 발언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5월 31일 시작된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은 6월 1일 새벽 3시 30분경 대한병원협회의 결렬 선언으로 끝났다.

정부는 2025년도 환산지수 인상에 1조2,708억 원의 밴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2024년도 밴드보다 733억 원 증가한 액수이나, 단순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 1.98%보다 0.02%가량 낮아진 1.96%다.

유형별 협상 결과 환산지수 인상률은 △병원 1.6%(결렬) △의원 1.9(결렬) △치과 3.2%(타결) △한의 3.6%(타결) △약국 2.8%(타결) △보건기관 2.7%(타결) △조산원 10%(타결)를 기록했다.

올해 최종협상은 6월 1일 새벽 6시를 가뿐히 넘기던 예년과 달리 자정 무렵부터 조산원을 포함해 치과, 한의, 의원 등 4개 유형의 결렬·타결이 빠르게 확정되고 새벽 3시 30분경 나머지 두 개 유형인 약국과 병원의 결과가 나오면서 마무리됐으나 밤샘 협상 자체는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속도감 있는 협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산지수협상단이 미리 각 공급자 단체들에게 소위 ‘버티기’를 하더라도 추가적인 밴드 인상이 어렵고 결렬된 타 유형의 밴드가 배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못 박은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밴드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024년도와 같은 환산지수 인상률인 3.2%를 제안받자마자 일찌감치 타결 도장을 찍고 짐을 쌌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한의협도 치협처럼 지난해와 같은 3.6% 인상률을 제안받았는데, 장고 끝에 차타결을 선택하고 협상장을 떠났다.

대한약사회의 경우 지난해 1.7%보다 증가한 2.8% 인상률을 제안받은 이후 이를 수용하고 타결 소식을 알렸다.

반면 밴드 내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병원과 의원 유형은 낮은 환산지수 기본 인상률과 별도의 환산지수 차등 인상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렬을 택했다.

특히 의협 협상단은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환산지수 차등 철폐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큰 유감을 표명했다.

의원 유형은 기본 1.9% 인상률(기본밴드)에 추가적인 환산지수 차등 인상률(추가밴드)로 0.2%를 제안받았다(1.9%+0.2%).

최성호 의협 협상단장은 “0.2%의 추가 차등 인상률의 경우 그 자체로도 불합리하지만, 그것을 어느 행위 영역에 적용할지 정하지 아무도 모른다”라며 “불확실성을 안고 협상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결렬을 선언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의협은 협상 직후 선언문을 내고 ‘무늬만 협상’에 환멸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올해 의대정원 증원 사태로 인한 경영난 여파를 정성적으로나마 반영해주길 바랐던 병원 유형은 2024년도 1.9% 인상률보다 작은 0.3%나 하락한 1.6% 기본 인상률(기본밴드)에 의협처럼 0.1%의 추가 환산지수 차등 인상률(추가밴드)을 부대조건으로 제시받았지만 결렬했다(1.6%+0.1%).

송재찬 병협 협상단장은 “최소한의 비용 증가조차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제시받았다”며 “환산지수 역전 등의 문제도 극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라고 강조했다.

송 단장은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의정 갈등의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도 수가를 대폭 인상해 회원병원들이 미래에 대한 계획과 설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고, 송구하다”라고 전했다.
 

김남훈 이사, “결렬된 재정을 타 유형에 배분하는 사례 없다고 전했다”

재정위, 병원과 의원 유형에 최종 제시한 인상률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협상을 마치고 건보공단 전문기자단과 브리핑을 진행한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올해 협상의 경우 정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의 정당한 보상 과제에 따라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수가를 정상화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김남훈 이사는 “그동안 환산지수가 모든 행위에 일률적으로 인상돼 필수의료 분야 및 저평가 행위 유형에 대한 보상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가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협상에서도 환산지수의 획일적 인상 구조를 탈피하고자 논의했다”며 “의협은 환산지수 차등화 절대 불가를 주장했고, 병협은 상대가치 점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최종 결렬됐다”라고 두 유형의 협상 결렬 사유를 밝혔다.

김 이사는 “협상단원으로 수차례 참여했던 지난 협상에서 교훈을 얻어 결렬된 타 유형의 밴드를 배분하는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받았다”며 “유형별 순위를 신뢰와 존중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이 예년보다 신속하게 협상이 마무리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유형의 협상이 끝난 이후 재정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두 가지의 부대의견이 권고됐다.

우선, 재정위는 향후 전정심 심의·의결에서 협상이 타결된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병원과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 인상률이 건보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안한 1.6%와 1.9%를 각각 초과하지 않도록 건의했다.

또한 건정심이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을 정할 때 환산지수 인상분 중 상당한 재정을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과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 조정에 활용하길 권한 재정위다.

한편, 병원과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 인상률은 통상 6월 중에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며 건보공단이 제안한 최종 수치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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