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1일은 기존에 있었던 성인 병동에서 신생아중환자실로 부서이동을 한 날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일은 모든 것이 매우 낯설었고, 작은 아기들을 간호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두렵기만 했다.
다행히 소아병동 경력도 있었기 때문에 정맥주사를 놓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때 당시 월 분만 건수는 300건이 넘어 신생아실의 아기 바구니는 매번 부족하기 일쑤였다.
그 중 아픈 아기들은 인큐베이터 케어를 하였고, 상태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달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아기는 우리의 손을 거쳐 잘 커 주었다.
정성으로 자란 아기들은 부모와 함께 가끔 찾아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젠가는 남아도는 ‘아기 바구니를 사용할 날이 오겠지’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지만, 추락하는 한국의 저출산율과 매년 줄어드는 본원 신생아 대장의 통계 숫자를 보고 나서 지난해 과감히 아기 바구니를 정리했다.
이제 곧 2024년 새해를 맞이한다.
임상 간호사 37년 중 어느새 신생아중환자실에서만 25년 동안 근무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케어 했던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23주 480gm으로 태어나서 건강히 퇴원한 똘이도 생각나고, 성장일기를 쓰면서 함께 웃고 울었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2020년 10월 25주 2일에 800gm 이른둥이로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성장한 쌍둥이 자매가 지난 10월 할로인데이를 기념하여 찾아왔다.
쌍둥이 자매는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와 똑같은 분홍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장난감 청진기를 목에 걸고 귀엽게 방문했다.
쌍둥이 자매 부모님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준 NICU(니큐, 신생아집중치료실) 선생님들께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웃음을 전하고 싶어 간호사 복장과 똑같이 꾸미고 왔다고 했다.
퇴원한 아기들이 잘 크고 있다고 방문하거나 소식만 전해줘도 고맙고 반가운데, 그날은 우리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존재의 의미를 새기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정부의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창고에 있는 아기 바구니를 하나둘씩 다시 꺼내 오는 일, 세상에 조금 일찍 나온 이른둥이들이 건강히 퇴원하고 씩씩하게 성장하는 일, 마지막으로 아기들이 건강히 자라도록 더 많은 사랑을 나누며 2025년 6월 아름다운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