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의대정원 문제와 입법 정치’ 보고서 통해 밝혀
의대정원 확대 문제가 여당과 야당의 타협으로 입법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2월 26일 발간한 보고서 ‘의대정원 문제와 입법 정치’를 통해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입법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했다.
현재 논의 중인 의대정원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의대정원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 이후 지역의 필수의료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국민 여론도 의대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분위기로 변한 상태다.
매일경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의대정원 확대를 찬성하고 있고 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 역시 응답자의 82.7%가 의대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결정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를 작성한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거버넌스그룹장)은 여야의 정책선호가 큰 방향에서 수렴하고 의사단체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면서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선호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국회 내에서 약화 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당과 야당이 타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입법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여당과 야당의 타협을 통해 입법화된 공정경제 3법의 사례와 유사하다”며 “중요한 민생 의제인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양극화된 정치권의 갈등 관리 역량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와 정책의 대상은 동일하지만 국회 내의 정치상황, 압력집단의 응집력, 정당-압력집단 간의 연계 등 정치적 환경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2020년의 경우 여당(민주당)이 원내 다수 의석을 점유하는 단점정부였으나 야당(국민의힘)이 의사단체와 연계해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는 여당(국민의힘)의 의석 점유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분점정부로 다수를 점유하는 야당인 민주당도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방향성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점정부였던 2020년과 비료하면 분점정부라는 정치상황은 대통령의 정책의제가 입법화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야당이 정책의 방향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협을 통해 원내 다수의 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2020년과 비교해 이익집단의 파급력 및 응집력도 상당히 낮다고 봤다. 2020년의 경우 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가 공조해 강력히 반발,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자 의과대학 교수들도 전공의와 의대생을 지지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반발했다.
그러나 현재 의대정원 증원 논의의 경우 개업의들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하고 있지만 비인기 분야의 전공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과대학과 대형병원 등은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등 의사집단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2020년 당시 보수계열의 야당이 의사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공조해 강력히 반대했으나 현재 여당은 2020년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의사정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야당인 민주당은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며 각론에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하는 등 여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2020년과 달리 현재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정책선호를 대변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환경적 측면에서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2020년 의대정원 증원 논의보다 공정경제 3법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봤다.
공정경제 3법의 경우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강력히 지지하는 가운데 보수 야당의 지도부도 지지해 표결을 통해 본회를 통과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전경련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대한상의와 경총도 공조하지 않는 등 공정경제 3법 도입에 대한 기업 단체의 반발 응집력이 낮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기업단체의 선호를 대변하던 보수야당 지도부가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전환하면서 압력집단과 정당 간의 공조관계가 무너지는 등 결과적으로 입법정치 관점에서 볼 때 공정경제 3법의 사례와 유사한 정치사황을 고려하면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가 여야 타협을 통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박현석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지는 불투명하나 여야의 정책선호가 큰 방향에서 수렴하고 의사단체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선호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국회 내에서 약화되었다는 점에서 여당과 야당이 타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증대되고 필수 의료인력 공급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민생 의제인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양극화된 정치권의 갈등 관리 역량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다만 입법 과정에서 전문가이자 이해당사자인 의사단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