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으로 표준진료지침 범위 확대, 응급실 전용병상 3개 항시 확보
“응급실에 늦게 도착하거나 뇌졸중의 정도가 매우 심하면 급성 뇌졸중 치료를 적용할 수 없었지만 이제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자체적으로 표준진료지침의 범위를 확대해 하나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환자들에게 좋은 예후를 전해주고자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의학·의술 트렌드를 선도하며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앞장서 온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엔 뇌졸중센터의 진료 운영을 강화하며 급성 중증 뇌경색 치료 분야에 선진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센터장 방오영)는 지난 8월부터 센터내 뇌졸중 환자 진료 운영 강화를 위해 전반적인 치료 시스템을 개정하고 이와 관련해 9월 26일 삼성서울병원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방오영 센터장과 정종원·김형준 신경과 교수 등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 의료진이 자리했다.
우선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급성 중증 뇌경색 발생 시 시행하는 ‘동맥내 혈전제거술(Intra-arterial thrombectomy)’에 대한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개정이다.
기존에는 ‘증상 발현 24시간 이내 환자’를 기준으로 △큰 허혈성 손상부위(large ischemic core)를 나타내지 않은 환자 △CT에서 뇌손상도를 점수화한 ASPECTS(Alberta Stroke Program Early CT score)가 6점 이상인 환자 △확산강조 MRI(diffusion MRI)에서 허혈 손상부위가 70ml 이하인 환자 등의 조건 내에서만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표준진료지침에 △허혈 손상부위가 이전 기준과 비교해 더 큰 환자 △더 작은 동맥에 폐색이 발생한 환자 △기저동맥 폐색이 발생한 환자 △‘증상 발현 24시간 초과부터 72시간 이내 환자’ 등을 추가해 시술 환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
이는 증상 발현 24시간 이내 허혈 손상부위가 작은 대뇌동맥 폐색 환자만 치료한 1, 2차 STAT 시스템에서 나아가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병원을 방문한 급성 뇌경색 환자들에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방오영 센터장의 설명이다.
방 센터장은 “뇌경색에서 빠른 혈관 재개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세포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결국 영구적인 후유장애가 생기기에 뇌경색 주변부 내에 있는 회복 가능한 조직의 부피가 작더라도 이를 살리는 것이 환자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며 “최근 이와 관련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에서 이전과 비교해 회복 가능한 조직의 부피가 작더라도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결정은 삼성서울병원이기에 가능했다고도 얘기했다.
방 센터장은 “국내외 학회에서의 공식적인 지침의 변화는 아니지만 관련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 병원에서 선제적인 적용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살릴 수 있는 뇌조직 남아 있는 환자의 경우에 한해서만 한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놓치고 있던 환자 단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결정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뇌졸중으로 들어오는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기준이 아니며, 변화된 지침으로 시술 범위가 확대됐지만 살릴 수 있는 뇌조직이 남아 있어야 시술을 할 수 있기에 실제로는 그리 많은 케이스의 변화는 없다는 것. 하지만 뇌졸중의 경우 초기 시술이 환자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삼성서울병원이 선제적으로 트렌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진료 시스템 개선이 가능한 것에는 치료 환경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정종원 교수는 말했다.
센터는 혈관 재개통 치료를 위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뇌 MRI/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를 실시간 자동화된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정밀한 뇌경색 부위와 반음영 부위 부피 측정과 타깃이 불일치한 측면상(target mismatch profile)을 확인하고, 허혈성 병변 신호를 바탕으로 뇌경색 발생 시각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머신러닝 기반 경사에코(gradient echo) 영상을 바탕으로 혈관 폐색 원인이 되는 혈전 상태를 예측,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의료에 AI를 활용한 진단·분석·예측 솔루션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시술 가능 여부와 시술 범위를 영상 분석하게 된다”며 “또 뇌졸중의 경우 협착증이 있는 환자가 많기에 혈전을 뚫을 때 시술 전부터 스탠트 삽입 등 디바이스 선택에 대한 부분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센터에서 더욱 많은 데이터가 쌓여지면 추후 강북삼성병원과 삼성창원병원으로의 시스템 확대 도입도 고려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365일 24시간 시스템이 운영된다는 것.
2002년 국내 최초 ‘급성뇌졸중 집중치료실’을 도입 후 다음해 국내 첫 ‘뇌졸중센터’를 창설하며 뇌졸중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에는 응급구조사가 뇌졸중 치료팀에 365일 24시간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해 환자 도착 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이 같은 탄탄한 시스템과 더불어 ‘급성 뇌졸중전담팀’은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신경과 교수들이 교대로 365일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응급실에 3개의 예비 병상을 항시 구비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 치료에 지연이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삼성서울병원 뇌졸중 치료 프로토콜 개정은 김형준 교수가 주도했다.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서울 동남권 지역 급성 뇌졸중 치료를 책임지고 있으며, 이에 지속적인 시스템 구축과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 중증 뇌졸중 진료 운영을 강화했다”며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보다 많은 뇌경색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방오영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첫 ‘뇌졸중센터’ 창설 이후 뇌졸중 치료에 대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앞으로도 뇌졸중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발전과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