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진 구분‧처방전 위변조‧비대면 30% 제한 등 규제장치 마련 요구
8월로 기대했던 정부의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월 24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원장 고영인)를 열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지난 6월 소위에 이어 계속 심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법제화를 통해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 위법행위를 규제하겠다고 위원들을 설득했다. 반면, 법안소위 위원들은 현행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난 부작용 등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소위에서는 제도적으로 초‧재진 환자 구분이 불가능하고 비대면진료 후 발급되는 PDF 방식의 전자처방전을 위변조해 불법으로 의약품을 처방받거나 이를 이용해 대량으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의료기관‧약국별 비대면진료 및 조제 허용 비율을 30%로 제한 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장치 미비, 공적처방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3년여간의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을 복지부가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소위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난 고영인 제1소위원장은 “일단 시대적 흐름이라던가 코로나 때도 봤듯이 일정 정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은 (위원들 모두) 인정했다”며 “섬, 도서벽지, 중증환자, 노인, 장애인은 다 동의를 했지만 재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플랫폼 업체를 거치면서 초진과 재진 구분을 할 수 없다는 것, PDF 형태의 처방전을 환자가 여러 약국으로 가져갈 수 있고 약을 다량으로 구입하는 문제가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규정을 위반했을 떄 어떠한 벌칙을 가할 것이냐 이것도 아직 정비가 안됐다”며 “지금 빨리 법을 시행했다가는 대혼란과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 같고, 졸속으로 통과시킬 것이냐는 의견도 많아 시대적 흐름과 일정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계속 심사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도 가급적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몇 가지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복지부가 그토록 원했던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다음 소위에서 재논의가 불가피해졌으며 복지부는 시범사업과 함께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할 여지가 있는 부작용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