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28곳 중 26곳 유찰…제3의 선정 기준 도입 필요성 대두
병원계가 지하철 역명병기 입찰 경쟁에 울고 있다.
많은 병원들이 역명병기 광고효과를 위해 입찰을 시도하고 있지만, 갈수록 ‘돈놀이 판’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21일까지 진행된 총 28곳의 지하철 역명병기 유상판매 모집 결과, 7호선 보라매역(1억7,622만 원)과 5호선 발산역(3억1,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26곳이 모두 유찰된 것만 봐도 서울교통공사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입찰 과정에서 제3의 선정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부터 적자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기관·병원명 등을 유상으로 병기하는 사업이다.
입찰 조건을 살펴보면 서울 시내는 1km, 시외는 2km 이내 기업·기관·병원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낙찰 기관은 향후 3년 동안 기관명을 부역명으로 표기, 재입찰 없이 한 차례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역명병기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을 변경·확대했고, 결국 ‘쩐의 전쟁’을 부추겼다는 게 병원계의 하소연이다.
기존 선정 기준은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150병상 이상 병원이었으나 변경 이후에는 의료법 제3조2항의 모든 의료기관으로 문턱을 낮췄다.
즉, 역명병기 선정이 해당 의료기관의 지역 발전 기여도, 공공성, 편의성, 접근성 등이 아닌 단순히 입찰금액에 의해서만 결정되도록 더욱 부추긴 셈.
예를 들어 이대서울병원은 발산역 주변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근소한 금액 차이로 개원가에 밀려 입찰에 실패했고,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의 경우 한 대형 안과병원이 기초가격의 300%가 넘는 9억 원으로 낙찰됐으나 병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된 것도 사실.
게다가 강남역의 경우 입찰 기초 금액이 최근 3년간 총 8억6,000여만 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가 역명병기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을 과도하게 확대하면서 병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과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역명병기의 효과가 큰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병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인데, 낙찰가격만 점차 올라가면서 경쟁에서 이긴 병원들도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지불한 입찰금액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순히 돈이 아닌 제3의 선정 기준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