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진료 특수성 고려하지 않아…성급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반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가 존폐 위기에 놓인 소아청소년과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회장 나영호, 이사장 김지홍)는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과 함께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연장함에 따라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되는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반대의견을 5월 31일 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6월 1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휴일과 야간의 경우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18세 미만의 소아 초진 환자도 의학적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도록 했따.
비록 처방은 불가하다고 했으나 이는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되면 안 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초진 허용을 의미한다는 게 소아청소년과학회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복지부의 발표에는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및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 소아에서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는 원인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다.
소아 환자는 적절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아 급성기 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즉, 비대면 진료 제도 시행에 앞서서 철저한 검증과 대면 진료 연계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비대면 진료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고,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가 완료되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모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를 강행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소아청소들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비대면 진료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완결한 후 적절한 대상 환자에 한해 안전하고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검토 및 전문가 의견수렴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접근 취약지 혹은 이동이 제한적인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만성질환으로 범위를 축소애햐 하며 안전하게 진료 가능한 만성질환의 범위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와 논의를 통해 검토·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 소아청소년과학회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가 겪고 있는 극심한 외래진료 대기, 응급진료와 입원진료 지연으로 인한 불편함, 환자안전 불안 등은 근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수가체계와 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의 미비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력 불균형으로 초래된 소아청소년 진료 위기상황 때문”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공백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 아닌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는 소아청소년과에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학회는 이어 “소아청소년 진료 위기상황 해결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불분명한 비대면 진료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1차 의료기관의 야간·휴일 대면 진료 확대, 2·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 및 배후 입원 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강도 높은 재정적 지원과 정책개선을 통한 근본적 문제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