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과학 이해하는 의사에서 의학 이해하는 공학자 중심 양성 필요
국회,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정책토론회’ 개최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두고 기존의 전통적인 의과대학 중심 필요성과 포스텍(POSTECH), 카이스트(KAIST)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대학에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설립해 양성해야 한다는 두 의견이 맞서는 모양새다.
즉, 의사과학자 양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에는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일부 지자체와 대학들까지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명목하에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희망하고 있어 의대정원 확대 이슈까지 덮친 의료계에 또다른 부담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을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김재정 의원과 김병욱 의원은 5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기존 의과대학의 의사과학자 입장에서 발제를 맡은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은 미국과 연세대에서 운영 중인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며 전통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선 병역 문제와 진로 지원 등 정책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민구 단장은 “전일제 박사과정(MSTP, MD-PhD)을 전국 의과대학의 3분의 1(의대 정원의 5~10%)에서 시행하고 연구중심의대를 설립하기보다는 과학기술대학과 의과대학 협력과정(HST)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면서 “별도의 제도 개선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진의사과학자 지원을 위해 전일제 박사과정(MD-PhD) 의사과학자의 독립된 연구자 성장을 위한 경력(carrer) 지원과 이들이 기초과학자, 중개의학자, 산업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또다른 발제자인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홍 교수는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안과 함께 의과학융합연구센터, 스마트병원 설립안을 소개하면서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피츠버그의 바이오산업 생태계 사례 목표로 한다고 당위성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의대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를 만들어 왔는데 이제는 과학을 하는 의사와 더불어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사과학자는 기존의 과학을 이해하는 의사와 함께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라는 개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외의 경우 기초의학 기반의 공학자 또는 공학 기반의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는 곳이 많은데 싱가포르 국립대를 가보니까 원래 의대가 있는데 같은 학교에 공학 기반의 의대를 하나 더 만들었고 그다음 칼(Carle)이 있는 일리노이(Illinois) 공대는 아예 의대를 새로 만들고 공학 원리의 적용을 통한 의학 개념을 학습할 수 있도록 통합 교과 과정도 다 새로 만들고 공학자가 의사가 같이 교과 과정을 공부한다”면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는 기존 의대 정원과는 별개로 하는 입학 정원 50명 내외로 교육 기간 8년의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2년은 임상실습 전 교육을 받게 되고 그다음 4년간 박사과정 연구를 하게 되며 그 이후에 다시 2년을 돌아가서 임상실습을 받게 되는 8년 과정이라는 것.
이어서 김 교수는 “의대가 있으면 이제 병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며 “하나는 의과학 융합연구센터로 연구와 개발된 기술들을 사업화하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영구중심병원의 역할을 하게될 스마트병원이다”고 소개했다.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포스텍의 연구중심의대 설립 의지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개진됐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전국의 의대들은 의사 증원 문제를 떠나서 카이스트나 포스텍의 의대 신설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기존의 의과대학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의대 중심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40개 의과대학 중 연구 경쟁력을 가진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이어서 “기존 의대에서도 의사과학자 배출을 위해서 노력을 안 했던 건은 아니지만 이 사업이 굉장히 분절적이고 단기간, 간헐적인 사업으로 본격적인 투자는 그동안에 없었다”며 “전통적인 의대 중심의 연구 확충에 앞으포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이사장은 이런 특정 목적의 의대 설립이 과연 교육적이고 의미가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임상으로 안 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만일 연구중심의대 졸업생들이 환자 진료를 하게되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차유진 카이스트 의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연구중심의대가 일반 의과대학에 비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어 월등한 비용 편익이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차 교수는 “의학교육은 방대하고 조직된 커리큘럼에 따라 집합적으로 운영대 학생 개인의 수업 선택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교육 시스템의 특성은 표준적인 진료 능력을 갖춘 임상의사 양성에는 효율적이나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고 융합연구자로 필수적인 문제 발굴 교육이 필요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에는 적용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과학자의 진로가 일반적인 학풍 속에서 의사과학자의 뜻이 있는 학생들만 모아 타 학과 연구실과 자유로운 네트워킹을 유지하며 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의사과학자 양성의 성공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장은 포스텍에 연구중심의대 설립되면 지역 병원들과 협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오히려 지금의 지역병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은 우선 포스텍에서 의과대학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협은 무조건 반대하고 병협은 완전한 반대는 아니지만 의협의 눈치를 봐서 반대 기조 분위기라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대학이 의과대학 유치하고 병원을 만든다고 하면 반대한다고 운을 뗐다.
한 병원장은 이어 “제가 생각하는 포스텍병원이 우리 병원과 경쟁하는 수준의 병원을 만든다면 아예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포항에 포스텍병원이 세워지고 주변의 병원들이 협력병원으로 네트워크화되면 오히려 지역병원들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어지고 포항에 있는 병원들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만들게 되면 발전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며 “포항에 있는 병원들은 반대하지 않기로 다같이 뜻을 모았고 포항에 있는 의사들도 적어도 반대하지 않는 기조”라고 전했다.
한편, 이처럼 포스텍의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교차한 가운데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강정자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제를 개편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 관련 법령을 제로 베이스부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과기정통부와 함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대화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의사과학자들이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며 “지금 현재 추진 중인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확대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나 교육부, 병무청 그리고 전 부처적인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과장은 “학위 취득이 양성의 최종이 아니고 의사과학자 양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국회와 과학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