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역전현상 우려…해소 안 되면 의료체계 바람직하게 작동될 수 없어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에 투입되는 재정 규모가 수년째 1조 원 안팎을 맴돌고 있는 현상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공급자 단체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5월 23일 마포역 인근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예년과 같은 관행을 탈피해 미래지향적인 수가협상이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건비 및 물가상승을 겪은 데다가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라는 숙제까지 떠안은 병원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은 매년 1조 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밴드 규모의 과감한 확장.
송재찬 단장은 “밴드가 1조 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데 인구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수가가 일정 수준에 고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료비 증가 폭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진료비 증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 단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제야 끝난 상황에서 지난해 통계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병원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아직 환자 수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진료비 증가율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입할 재정을 아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병원급에 비해 의원급의 전문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전달체계 왜곡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한 송재찬 단장이다.
송 단장은 “의원급 전문의 증가가 상당히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병원급은 상대적으로 증가가 미미하다”며 “1차 의료가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문의 숫자가 1차 의원에 몰리고 있는 것은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얘기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즉, 갈수록 개원을 하는 것이 전문의들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송 단장은 “일정 부분은 환산지수 역전이 만들어 낸 현상”이라며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바람직하게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5월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가입자 대표들과 공급자 단체 대표들 간의 만남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게 송 단장의 바람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공급자가 가입자에게 읍소하는 분위기가 아닌, 장시간에 걸쳐 진지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며 “최근 필수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의 상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만남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