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관직역간 과도한 갈등과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에 따른 국민 불안감 초래’를 이유로 들었다.
사실 간호법 제정은 수십년째 계속돼 온 간호계의 숙원으로,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소야대 정국과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간호계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능했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 같다.
정권과 상관없이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의 고질적인 현안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 수에 따라 수가를 차등지급하는 간호관리료차등제를 비롯, 유휴 간호사 재취업교육 지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등 다양한 정책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몇 년전에는 간호국을 신설, 병원계와 함께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과도한 업무에서부터 열악한 근무환경, 자녀 육아와 교육 등 사회·경제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9만4,627명. 이중 63.5%가 현업에서 뛰고 있고 이 가운데 75% 정도가 병·의원같은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얼추 보아도 면허를 가진 간호사 중 절반 이상이 쉬고 있거나 의료현장에서 벗어난 일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 보건교사, 보건소 등 보건기관, 장기요양시설, 소방직 구급대원, 어린이집은 물론, 최근에는 대학교 교원, 산업체 보건관리자, 보험회사 직원, 연구소, 제약회사, 교정직으로 간호사의 활동범위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나는 임상 간호사 비중이 줄어들어 간호사의 절대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간호사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수가 현실화와 유인책과 더불어 간호인력의 원활한 수급이다.
간호인력이 충분히 공급돼야만 정책의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의사인력 역시 마찬가지다.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할 때다.
당장 간호계의 반발을 모면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의료계내 모든 직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