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및 노동인권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 이하 간무협)는 9월 24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병원·이수진 의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무협은 지난 4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전국 17개 시도의 보건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4,252명이 응답했다.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이 61.9%로 간호조무사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기간이나 장기근속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상 경력자 48.5%가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고 10년 이상 근속자의 39.8%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43.3%의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 직접적인 임금삭감이 27.6%, 휴게시간 증가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간접적인 임금저하가 15.7%였다.

실태조사에서는 간호조무사의 근무여건도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1시간,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29.9%)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원(63.1%)과 4인 이하(64.8%)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6일 이상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간 휴가 사용일수는 평균 8.0일로 최소 연차휴가 15일에 훨씬 못미쳤으며, 연차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4인 이하의 경우 5.9일에 불과했다.

미사용 휴가에 대해서도 2명 중 1명(50.2%)은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휴일근무에 따른 휴일근무수당 역시 49.2%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간호조무사의 인권침해와 모성보호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는 19.6%로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9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성추행 및 성폭력(성희롱 포함) 피해 경험이 12.7%였던 것과 비교하면 간호조무사의 성희롱 피해율은 매우 높다고 간무협은 분석했다.

성희롱 가해자 유형을 살펴보면 환자 및 보호자 65.1%, 의사 16.4%, 동료11.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환자 및 보호자에 의한 성희롱 피해는 71%에 달했다.

성희롱 피해 후 대처 방식 역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미투 확산으로 인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냥 참고 넘긴다는 응답이 59.5%로 나타났으며, 항의를 했어도 사과를 받은 경우는 13.9%에 불과했고, 법과 제도를 이용한 해결은 1.9%에 그쳤다.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응답자 42.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10명 중 4명꼴로 괴롭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인격무시(34.0%), 격무 및 허드렛일 지시(17.7%), 폭언(16.6%), 따돌림(12.5%), 사적 심부름 지시(10.7%)순이었다.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로, 불이행시 사용자가 처벌됨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사용은 각각 27.0%, 24.2%에 불과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간호조무사의 직장 선택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쳤다.

조사결과 35.4%의 간호조무사가 임금을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이어서 근로시간(24.0%), 인간적 대우(19.0%), 승진 및 경력 인정(10.2%), 휴가(5.5%)순이었다. 간호조무사들이 바라는 희망 월 임금은 현재 받고 있는 평균(207만 1,879원)보다 13.3% 높은 234만 7,745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간호조무사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인권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간호조무사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목소리도 매우 높게 나왔다.

응답자의 77.7%가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62.4%는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임금 및 근로조건이 더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휴가사용일수는 4.0일 더 많은 11.5일을 사용했고, 연봉총액은 865만원(36.4%) 더 많은 3,244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관련해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간호조무사 권익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상당수 인원이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고 일상화되어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는 필수 보건의료 인력이다. 그러나 그들의 근로환경과 노동인권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법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보건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은 물론 낮은 임금, 휴가 사용 미보장과 같이 인권침해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간무협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과 오는 11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호조무사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