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고 있는‘선지급’은 환자급감으로 경영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의료기관들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의료기관 5,514곳이 총 2조5,333억원의 진료비를 앞당겨받아 신종 감염병으로 급감한 환자 때문에 발생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선지급’은 코로나19와 같은 보건의료재난사태에서 의료기관들이 붕괴되지 않고 제 기능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다 했지만, ‘사용한 준비금을 해당 회계연도안에 보전해야 한다’는 건강보험법 제38조(준비금)로 의료기관들은 본의아니게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코로나19로 급감한 환자 수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이 ‘선지급’받은 돈을 갚으려면 빚을 내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메디칼론이나 정책자금 융자로 손 내밀데조차 없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와 손잡고 ‘선지급’ 상환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다섯가지의‘코로나19관련 의료기관 경영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요청사항’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 공단 등에 읍소했지만, 아쉽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 (선지급 상환을) 다음 회계연도에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 절망에 빠진 의료기관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빛을 던져 주었다.
사실 이번 ‘선지급’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의 강력한 정책의지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 1순위 채권을 담보할 수 없는 메디칼론 이용 의료기관도 ‘선지급’대상범위에 포함시키기까지 예산당국과 감사원 등 관련부처를 설득해 이뤄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헤아려 건강보험법 개정에 나선 신현영 의원의 혜안에 각급 의료기관들로선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간절한 심정으로 여의도의 반응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제2의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당분간만이라도 경영난에서 벗어나 의료기관들이 온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