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시작이란 것은 사람을 묘하게 설레게 하고 두려움을 갖게 한다.
응급중환자실... 이름만 들었을 땐 살벌했다.
중환자실을 지원하긴 했지만 막상 그곳으로 발령이라니, 게다가 응급+중환자실!! 얼마나 위급한 사람들이 오는 곳인가? 겁을 한가득 집어 먹었다.
설레는 한편으론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첫 신규트레이닝을 받으러 간 날은, 이런 것들이 바로 쓸 데 없는 걱정거리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으레 대학병원마다 있다는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과 직장상사와의 불화 등등을 예상하고 있던 터라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우리 병동선생님들은 다 천사였다.
더군다나 여기는 간호사들을 다 얼굴 보고 뽑으시나 보다.
수선생님께서 나를 병동 신규 퀸카라고 소개시켜주실 때에는 다른 선생님들의 미모들에 내 얼굴은 급 오징어가 되어 구석으로 숨고 싶었다.
첫 트레이닝은 액팅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필요한 물품의 위치, 이름, 궁금한 사항 등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내가 신규라서, 신규이기 때문에, 신규라는 이름이 떨치는 영향력(?)을 온 몸으로 느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바이탈도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면서도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할 줄 알아야하는 집중력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간호수행이었다.
나의 운명 바이탈...
환자의 생명력과 관련된 징후. 내가 조금이라도 놓치게 되면 그 순간 환자의 상태와 연결된다는 것, 내가 얼마나 큰일을 다루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트레이닝 기간 내내 신규인 내가 하는 행동에 모든 선생님들이 주시하면서 정확하고 올바른 간호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셨고, 입사동기들의 부러움을 온 몸에 받으며 짧은 기간의 신규 트레이닝을 마치고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액팅으로서 독립을 시작했다. 간호 학생으로서 실습 때의 중환자실과 막상 내가 트레이닝 때 겪은 중환자실은 판이하게 달랐으며, (아직 신규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시진 않지만) 나 혼자 액팅으로 뛸 때의 중환자실은 또 달랐다.
트레이닝 기간의 나는 실수를 해도 바로 잡아줄 선생님이 계셨지만 독립 때의 나는 실수를 해서도 안되는 액팅이 되어있었다.
입사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새해를 맞았다.
이제 나도 이년차!!
추운 겨울에 온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우리 병동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새해에는 둘째딸 때문에 걱정 많으시던 부모님도 이제 한시름 놓고 더 건강하신 모습으로 날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이제 신규라는 이름은 벗어놓고 2년차 액팅간호사로서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완벽한 슈퍼루키로 거듭나야겠다.
응급중환자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