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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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견해
  • 박현
  • 승인 2005.05.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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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라고 함)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유도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고급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뒤늦게 의학에 동기가 유발된 학생들을 받아들이며 대학입시의 과열도 식힐 수 있는 국가적 제도에 국립서울대학교의 의과대학(이하 "서울의대"라고 함)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점차 교육부의 추진이 강화되면서 서울의대를 사랑하는 분들과 우리나라 의료계를 걱정하는 분들 중 일부는 서울의대에게 "이제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나서야한다"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에 그간 수렴된 서울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1.학사 졸업 후 의학교육에 대한 서울의대의 노력과 교육부의 견해

서울의대는 거의 20년 전부터 일반 대학을 졸업한 학사가 의학교육을 받는 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 이유는 첫째,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의학을 공부함으로써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며, 전국 의대 교수의 4분의 1을 배출한 서울의대의 입장으로서는 관심이 모여지는 부분이었다.

둘째, 뒤늦게 의학에 동기가 유발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오랜 준비 작업 끝에 2001년도에 10명의 학사편입학생을 처음 받았고 그 수는 현재 35명으로 총 입학정원 135명의 약 1/4 이다.

그러던 중 약 10년 전 교육부에서도 서울의대와 똑 같은 두가지 목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함을 알고 서울의대는 매우 반가와 했으나, 자세한 내용을 알고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는 대다수의 의사가 8년의 대학교육에 의해 배출되어야 하며, 그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직접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지 못하게 해야 평준화된 고교에서 과다한 수의 학생들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고등학생들이 적성과는 무관하게 부모의 뜻에 의해 의대나 법대로 진학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함도 있다고 했다.

요약하면 두 기관의 차이는 일반대학 4년 교육 후 의학교육에 유입하는 학생의 수를 "일부"로 할 것이냐 "대다수"로 할 것이냐이다. 그리고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그 차이의 핵심은 "의학교육 이전 교육기간 연장에 따르는 학생들의 추가적 시간 소요 등이 우리 사회의 대학 입시 과열 해소 및 사교육비 절감을 위하여 감수할만한 것인가"의 여부이다.

2.대다수의 의사를 8년 교육에 의하여 배출하는 것은 타당한가?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정원은 3천500명이 넘는다. 교육부에서 목표로 하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대학의 학생 정원수는 모르겠지만 편의상 의과대학 정원의 2/3라고 하고, 교육연한 연장이 필요한 타당한 사회적 또는 교육적 이유가 있는지 알아보자.

현재 수준 미달의 의사들이 양산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유가 의학교육 이전의 교육기간이 짧기 때문인가? 또 4년의 의과대학 이전 교육기간을 갖는 것은 세계화 추세이며 좋은 의사의 필수조건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5∼6년의 교육과정을 밟는다.

대다수의 의사가 우수 핵심 의학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의료를 짊어질 우수 핵심 의학자는 필요하지만, 대다수를 핵심 의학자로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러한 사회적 수요도 없다. 연장된 교육기간은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과연 대다수의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 사교육비는 줄어들 것인가? 그럴 수 있을 것이나,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직접 의과대학을 진학할 수 없게 된다면 의대를 위한 입시 과열이 다소 진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기에 유리한 일반대학을 가기 위하여 전력을 다할 것이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의학전문대학원을 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하여 투자한다면 그것 또한 사교육비에 포함시켜 생각함이 옳을 것이다.

다수의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이공계의 입장은 어떨까? 부정적이다. 의학계를 이공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도 대다수의 의사를 8년 교육과정으로 배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연대나 공대 입장에서 제자 중 몇 명이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것과, 그들의 많은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그들 대학을 고급 고등학교로 전락시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며, 수많은 이공계 대학졸업생이 의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잃는 것은 우수한 젊은이들의 귀중한 시간과 대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상된 등록금이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인력은 많아야 10∼20%면 족하다. 그 효과를 위해 약 2천100명이 2년씩을 더 투자해서는 안된다.

병역의무를 해야 하는 우리의 의료인은 이미 노령화되어 국제무대에 나서고 있다. 의학교육도 아니고 의학 이전 교육 때문에 노령화 현상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또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고 있다. 등록금은 교육적으로 필요하면 인상할 수 있으나,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면서 전문대학원이라는 이름만으로 행해지는 등록금의 인상은 비교육적이다.

3.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대한 의과대학들의 이해관계와 서울의대의 입장

서울의대는 교육부의 취지에 일부 공감하고 또한 스스로의 이익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데에 수반되는 많은 손해를 우려한다. 여기서 손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과 사회이지 각 의학전문대학원은 아니므로 못이기는 척 따라가고 싶은 유혹이 매우 강하다.

혹자는 "남 신경 쓰지 말고 너희나 잘 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안건에서 국립의대로서 직무유기의 죄는 피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그간 국가와 사회가 서울의대에 보여준 성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많은 의과대학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였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 수도권, 대도시 등 설립위치에 대한 규제나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제한에서 해방될 수 있고, 의예과 운영에 대한 부담 등 학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한편으로는 결국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될 것인데 정부로부터 지원이라도 확실히 받고 가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생각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면 교육부가 제시한 바 있는 교수 정원 20명의 증원과 7∼9억원의 재정적 지원, 등록금 인상에 따른 재원 확충, 졸업생들에 대한 석사 학위 인정 등 쉽게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의대에게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후기 BK 사업으로 대상에서 제외(문서에는 "연계"로 표현), 서울의대 학사편입학 정원 35명 불인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승인 불가 등 3가지의 압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대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전체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서울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을 포기하는 것은 초기 투자 7∼9억원 이외에 매년 약 50억원 (BK사업 제외를 기정사실로 하면 75억원) 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열악한 서울의대의 교육재원을 생각하면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BK 사업이 과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에 연관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한 대학의 의학교육 틀의 형태에 따라 법학 교육의 틀을 좌우하겠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한 나라의 교육을 맡은 부서가 내 놓을 수 있는 안인지 모르겠다.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이 그렇게 국가적으로 유익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왜 법으로 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법으로 정하는 데에 따르는 책임을 면하고자 함일까?

만일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을 법으로 정한다면 서울의대는 스스로의 양심에는 어긋나지만 강제에 의하여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될 것이다.

지금처럼 "당근과 채찍"으로 의학교육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양심과 믿음에 반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4.현 상태에서의 적절한 해결책과 맺음말

현재의 어정쩡한 상황 때문에 의과대학들 뿐 아니라 교육부도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잘 고려하면 적절한 해결책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기존의 의과대학은 의과대학으로 남게 해 주고 대학의 자율에 맡겨 학사편입학을 허용하자. 우리나라를 이끌 우수 의료인, 의학자, 의학교육자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질적 향상을 도모하되, 인적자원 낭비가 없도록 전국적으로 학사편입학생 수를 일정 범위(10∼20%) 이내로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모든 의과대학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졸업생들에게 동일하게 석사 학위를 수여하되 의예과를 통한 진입제도를 유지시켜 2+4, 4+4를 공존시키면 좋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4+4는 인적자원 낭비를 막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4 학생을 대학원생으로 받는 데에는 곧 시행될 학석사 통합과정이나 이것의 변형 형태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서울의대는 교수 정원이나 경제적 지원 없이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 과열을 막겠다는 확실하지 않은 희망의 수단으로서 국민이 위임한 당근과 채찍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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