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료체계 실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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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료체계 실상을 말한다
  • 윤종원
  • 승인 2005.05.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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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탈북의사 박 모씨 인터뷰
남북간 보건의료부문에서의 교류는 여러 해 동안 비교적 활기차게 이뤄져 왔다. 남북간 의료교류는 기초약품에서부터 무료 개안수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진행되며 남북간 의료교류는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 됐다.

그러나 북한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정보는 남북교류를 통해 얻어진 상황이 제한적인 것이어서 북한 의료연구에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03년 북한에서 탈출한 의사 박 모 씨로부터 북한의 의료체계와 실상에 대해 알아봤다. 북한 의료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인터뷰는 지난 4일 북한의 의료실태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북한에서 비교적 지위가 높은 3급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했던 그를 통해 북한의 의료현실을 살펴봤다.

그는 지금 제도적인 문제로 의사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이곳에서도 의사생활을 이어 나가는 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딸과 함께 탈북한 박씨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의사면허를 얻으려 했으나 대학졸업장을 갖고 나오지 못해 군병원 신분증으로 의사면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편집자 주>

■ 북한에서의 의사

의과대학은 각 도에 하나씩 있으며 교과과정은 우리와 같은 6년제이다. 인턴과 전공의 제도 없이 졸업 후에 바로 중앙당에서 근무할 병원을 지정받는다.

지정병원에서 전문성을 익히기 위해 3,4차 기관에 파견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공의 과정과 흡사하다. 약 3~5년 동안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처음으로 근무를 지정받은 병원에선 진단서 발급에서부터 처방전 작성요령, 간단한 진료 및 처치 등에 대해 교육을 받지만 최종 치료에 대한 판단은 진료과장을 포함한 전 스텝 간 회의에 의해 결정된다.

처음 근무하는 병원은 주로 군병원이나 농어촌의 1차병원으로 정해진다.

의사는 총 6급으로 나뉘어 지는데 의대를 졸업하면 6급을 받고 그 후 3년이 경과하면 승급시험을 거쳐 승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이유 없이 승급시험에 불응하면 급수가 떨어지는 불이익을 받는다.

3급 정도면 우리나라 전문의 수준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은 경우가 많다. 2급부터는 3개 국어에 능통해야하고 정치적인 사상 또한 검증 받아야 한다.

1급 의사는 종합적인 의술능력보다는 특정분야에 신기술 등을 개발한 의사에게 돌아가며, 정치적인 사항이 고려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연수교육과 비슷한 재교육도 1년에 5일정도 정치 강습과 기술 강습이라는 명목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주로 임상사례나 술기 발전을 위한 것이 주류를 이루며, 우수한 의사는 교육 강사로 임명되기도 한다.


■ 북한의 의료체계

3차로 나뉘어 진 우리나라와 달리 4차 의료전달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구분된다.

1차는 농어촌과 동, 2차는 시군, 3차는 도나 평양시 등 규모가 큰 시, 4차는 조선중앙적십자병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2차병원 중 산업병원이라 있는데 그곳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직원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4차인 조선중앙적십자종합병원은 안과병원, 심장병센터 등 7~8개의 전문병원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봉화진료소 등 고위 당직자들을 위한 특수병원도 별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치료비는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며, 환자의 의료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노동을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해 10명중 3명 정도는 꾀병환자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중증질환인 경우 병원에서 파송증(우리나라의 진료의뢰서)을 받아 상급병원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일원화가 이뤄져 있다. 의대교육과정에 필수과목으로 한의학을 이수하도록 커리큘럼에 반영돼 있다.

의사들도 한의학 공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한의학을 중시하는 것은 의약품이 부족한 탓으로 중앙당에서는 아예 환자 진료의 30%를 한의학으로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남북한의 의료수준은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북한의 고립된 체제와 경제 낙후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위 당 간부를 위한 봉화진료소나 남산진료소는 경치 좋은 곳에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경험 많은 의사들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환자가 제한돼 임상경험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의사대우는 중앙당 과장 수준으로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는다.

■북한에서의 의약품 실태

시와 군 병원들은 기초항생제나 수액제를 생산하는 제약공장을 운영하며 기초 필수 의약품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당에서 제창하고 있는 ‘자력갱생’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약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지 못해 약 공급에 차질이 발생, 병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특히 기초 약 생산에 필수품인 비타민 C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최대 걸림돌이다.

기초 수액제는 자체생산으로 100% 해결한다. 그러나 포장용기가 부족해 고압에서 잘 견디는 중국산 맥주병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번 용천역 폭발사고 때 보도된 수액을 담은 맥주병이 그것이다.

남측의 지원으로 한때 1차 의료기관까지 의약품 지원을 받은 적이 있으나,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선 약 부족으로 항생제 등 각종 약제에 대한 내성이 적어 1차 치료약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 북한 주민을 도우려면

남측 의료진이나 병원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야한다.

보건의료분야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완제품의 약보다는 원료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북측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성공단처럼 제약설비를 갖춘 공단을 조성해 남북한이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남북의사가 상봉하는 자체를 중앙당에서 통제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의술은 북한 당국 관리감독하에서 교류를 통해 배우려고 하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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