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最古미라, 질병·사인 밝혀
상태바
국내 最古미라, 질병·사인 밝혀
  • 박현
  • 승인 2004.09.17 0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대 안암병원 김한겸 교수팀 연구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미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600년 된 미라에 대해 내시경 검사 및 각종 병리학검사를 실시한 결과 미라가 된 이 인물이 생전에 앓았던 질병과 사인이 밝혀졌다.

작년 파평 윤씨 미라를 조사해 출산 중 태아와 함께 사망한 모자(母子)미라임을 발표했던 고대 안암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올해 5월20일 대전시 중구 목달동에서 발견된 내부장기 보존상태가 뛰어난 "학봉장군 미라"에 대해 각종 방사선, 내시경, 병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미라가 폐질환을 앓다 사망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한겸 교수는 연구경과에 대해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으로부터 미라에 대한 검사연구를 의뢰 받아 1차로 7월7일 고대 구로병원 방사선과에서 X-레이, CT, 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내부장기 보존상태가 매우 뛰어나며 폐에 이상소견이 있음을 발견(좌측 폐 크기가 우측에 비해 감소되어 있음)해 소화기전문센터와 호흡기센터가 있는 고대 안암병원으로 2차 이송해 내시경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7월21일 미라를 고대 안암병원으로 다시 이송해 2차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내시경검사 및 복강경, 흉강경검사, 치과검사 등을 실시함과 동시에 각 내부장기에서 가검물을 채취해 각 분야 총 36명의 연구진이 분석에 착수하게 됐다. 이때 세계최초로 미라에 대한 폐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위장내시경 아시아 최초)

폐기관지내시경을 실시한 이상엽 교수(고대 안암병원 호흡기센터)에 의하면 "미라의 기관지 크기 및 직경은 현대 정상인과 같은 정도로 유사했으나 정상인이라면 좌측 기관지가 우측보다 더 넓어야 함에도 오히려 좌측 기관지가 우측에 비해 좁아져 있어 병변부위로 의심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때 검출한 가검물을 식물학, 기생충학, 미생물학, 병리학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한 결과 간디스토마, 편충알 등이 발견되어 미라의 주인공이 회를 즐겨 먹었으며 거름(인분)이 사용된 음식물을 섭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횡문근이 잘 관찰되는 육류성분과 채소류 섭취의 증거인 셀롤로스가 다양하게 발견됐다.

한편 치과적 검사에서는 미라의 사망당시 연령을 추정해보는 연구가 진행됐는데 고대 안암병원 치과 이성재 교수팀은 "미라는 경직으로 인해 턱을 벌릴 수 없었으므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16채널 MDCT(Multi Detector CT)를 사용해 치아를 3차원적으로 재구성해내는 "가상발치"기술을 사용해 치아의 교모도(치아교합부위의 마모도)를 근거로 미라의 사망당시 연령이 41∼44세임을 추정해냈다."고 밝혔다.

미라의 질병유무 및 사인에 대해 김한겸 교수는 "검출물 연구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는 사망시기를 알려주는 꽃가루의 분석이었는데 다양한 꽃가루 중 장부위에서 다량의 애기부들 꽃가루가 검출되어 이에 연구진은 미라가 생전에 꽃가루를 복용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애기부들 꽃가루에 대한 조사/분석에 들어가 이 꽃가루가 과거 폐출혈을 치료했던 약재로 사용됐음을 검증해냄으로써 X-레이, 폐기관지내시경, 병리학적 검사결과의 종합적 판단으로 미라가 폐질환을 앓다 사망했음을 밝혀내게 됐다."고 말했다.

폐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한 고대 안암병원 호흡기센터 이상엽 교수는 미라의 폐질환에 대해 "이미 1차 검사에서 흉부 CT자료를 통해 좌측 폐의 크기가 우측에 비해 감소되어 있으며 늑막의 섬유화로 추정되는 유착이 관찰되고 양측 폐 내부는 공기 주머니들이 늘어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제하고 "폐기관지내시경을 통해 확인한 좌우 기관지의 비대칭과 꽃가루 검사를 통해 밝혀진 폐출혈 치료목적의 애기부들 꽃가루 복용을 종합해볼 때 미라가 생전에 폐질환을 앓았음은 확실하며 그 중에서도 다량의 폐출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관지확장증을 앓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미라 연구결과에 대해 김한겸 교수는 "이번 학봉장군 미라의 연구의의는 국내 최고(最古)미라를 훼손을 수반하는 해부없이 내시경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해낸 점과 보존상태가 매우 뛰어나 내시경적 검사(폐기관지내시경은 세계최초)가 가능했던 점, 이를 통해 병변이 의심되는 부위를 찾아내고 병리학적 검사를 통해 질병을 분석해낸 점, 가상발치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점, 그리고 사망시기를 알려주는 자료로 기대했던 꽃가루 분석이 질병확인 및 사인규명에 기여한 점 등이 미개척영역인 국내 미라연구에서 전례없는 값진 연구성과"라고 말했다.<박현·hyun@kh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