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진료특성화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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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의 진료특성화와 과제
  • 윤종원
  • 승인 2007.10.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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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이용균

1. 대형병원의 진료특성화 : 암센터화

최근 대형병원의 암센터 설립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병원에서만 2천개 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수도권에 암 센터가 집중적으로 확대 설립됨에 따라서 의료공급의 지역 균형적 공급에 위기를 느낀 정부에서는 각 지역별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9개 지역암센터가 건립 운영될 예정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생존경쟁은 서비스 경쟁에서 암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국립암센터는 국내 최초로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양성자 치료기란 가속된 양성자를 이용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기기로 기존 방사선 기기에 비해 주변 조직손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치료효과가 높아 차세대 치료기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립암센터에 도입된 양성자 치료기만 하더라도 기기 값과 설치비 등을 합산하면 500억원의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암센터로 특화된 원자력의학원과 국제 수준급 암센터를 설립 중에 있는 몇몇 병원들은 적극적으로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인천송도 경제자유구역에는 암·재활병원 등 미국 전문병원을 유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 의료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뉴욕장로교병원(NYP)과는 별도로 암·재활병원 등 전문병원 위주로 추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의료허브(hub)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NYP와 같은 종합병원 이외에 전문병원 유치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인식을 가지고 미국의 휴스턴에 소재한 MD 앤더슨 암센터가 협상 파트너로 유력시되고 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의료기관들이 벤치마킹 할 수 있을 만큼 의료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중국,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국내 부유층 환자들의 진료유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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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방대학병원의 특성화전략

최근 수도권 상위 대형병원의 암환자의 쏠림현상은 고속철도(KTX)의 계통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지방대학병원들도 나름의 진료특화를 통해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해당 지역의 대형병원들은 환자들이 암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PET-CT를 도입하고 있으며, 방사선치료법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감마나이프"등 고가장비의 도입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지역대학병원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은 지역암센터의 장점을 이용해 지역암센터를 이용해 지역의 암환자들을 유치한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수도권 인근지역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은 생존전략으로 수도권의 대형병원들과 차별화된 암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I대학병원은 자궁암, 난소암, 유방암 등을 전문으로 치료할 수 있는 여성암센터를 2007년에 개원했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흔한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갑상선암 등 여성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이 이뤄지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말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15%로 낮아져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은 인천지역에서 여성암진료 관련한 서비스의 제공으로 병원의 전문화, 특성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인접한 의과대학병원에서는 암과 당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암․당뇨연구센타를 설립하여 타 3차진료기관과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연구소에서는 염증 유발의 주된 인자의 억제 기전을 규명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특정 단백질이 염증 증폭에 관련된 신호전달의 억제 제어 기전에 관여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으로 염증성 면역질환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센터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임상에 적용하여 국내 암·당뇨 치료를 선도해가겠다는 로드멥을 밝히고 있다. 즉, 미국의 경우 25개 암센터가 있는데, 현재 국가 의료연구비 27조원 중 8조원이 암 연구에 쓰일 만큼 연구수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G병원재단의 경우 암 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소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서 병원 나름의 암 센터 특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3. 남겨진 과제

그 동안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암센터 증축 경쟁으로 우려되는 역기능과 딜레마는 암센터 병상 확충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려감이다. 첫째, 수도권 대형병원에 암환자의 쏠림현상이 가져다 줄 비수도권 국민의 의료접근성의 불편함과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둘째, 평균수명의 증가와 인구노령화에 따른 암환자의 높은 증가가 진행되면서 대형병원의 암센터의 증축이 병행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의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셋째, 수도권 지역병원의 암센터 증가현상은 그 동안 정부가 지원하여 설립하고 있는 지방의 9개 지역암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국민과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암센터 증축현상은 다음과 같은 순기능적인 측면이 예상된다. 그 동안 3차병원에 입원하는 암환자들은 실제 고객으로서 환자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즉, 대형병원 특정 암환자의 경우 입원병상의 부족으로 입원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진료절차도 환자중심적인 프로세스가 아니었으며 입원 진료 시 암센터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대형병원의 전문암센타의 등장으로 인해서 암환자 중심의 새로운 진료 프로세스가 예상된다. 즉, 암센터의 경우 현행 진료과목 중심의 진료서비스 제공방식에서 벗어나 암 센터 중심의 진료 서비스의 제공이 예상된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암 센터의 설립경쟁으로 암환자의 서비스 진일보가 예상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과거 10여년 전 A병원, S병원 등 국내 의료시장에 대형병원의 진입으로 국내 전체 의료서비스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ing) 된 계기가 된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형병원 암센터의 개원은 국내 암환자의 진료서비스를 한 차원 높일 계기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대형병원의 신설 암센터도 미국 슬론케터링 암 센터의 운영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환자와 진료서비스가 환자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구조와 환자동선의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이는 슬론케터링병원이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서 병원옥상에 호텔시설을 제공하고 전 세계에서 슬론케터링병원을 찾아오는 암환자들을 위한 통역서비스 제공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료산업화의 실제적인 엑티브(activity)로서 향 후 해외 환자들의 유치를 위한 국제암센터화의 기본 출발점이 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암센터는 암 관련 연구 및 진료정보를 DB로 구축하여 제공하며 신설되는 대학병원의 암센터는 기존의 진료과별 운영체제를 탈피한 암센타중심의 운영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이와 같은 새로운 진료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이상의 암센터의 경우 현행 진료과 중심의 수가체계에서 예외적인 적용이 정책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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