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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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양극화
  • 윤종원
  • 승인 2006.06.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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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이용균 )

1. 국내 의료공급체계

그 동안 국내에서 의료공급체계를 의료기관의 규모와 전문의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되었다. 먼저 1차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단순처치와 외래중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2차 의료기관은 중소병원급으로 입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3차 의료기관은 1989년 의료전달체계 도입 당시 500 병상 또는 400 병상이상 대학병원 중에서 일정기준 이상의 종합병원 25개소를 지정하면서 도입되었다.

의료제공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부문이 의료제공 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병원소유형태별 분포를 살펴보면 공공의료기관은 115개소로서 10.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환자조사자료 서비스제공 자원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해 보면, 병상 88.3%, 인력 86.6%가 민간부문에 의하여 점유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민간의료 제공비율은 영국 5%, 미국 35%, 그리고 일본 67% 수준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체계는 의료공급조절과 기능전환에서 정부의 규제와 통제에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다.

그리고 병상수 추이에 대한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국 의료기관 종별 시설은 1981년도의 3.2배로 증가하였으며, 지난 20년간 연평균 5.8%의 지속적인 증가율을 나타냈다. 의료기관수의 증가에 따라 병상수도 1981년의 4.4배로 늘어났으며 연평균 7.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병상의 양적 증가로 인해서 200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천명당 병상공급은 급성병상 5.2병상, 장기요양병상 0.12병상 수준으로 OECD 국가의 중앙값인 급성병상 3.1병상, 장기요양병상 4.0병상에 비하여 급성병상은 공급과잉, 장기요양병상은 공급부족으로 나타내고 있다(보건산업진흥원, 2003).


2. 의료기관의 양극화

지난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의 접근도를 높히기 위해서 의료인력의 증원, 시설의 확충,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등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 왔다. 그러나 국민소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향 후 의료공급 양태는 의료의 질 향상과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주요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국내 의료시장에서 공급경쟁이 커지게 되면 공급자 주도로 이루어 졌던 의료시장은 환자의 수요와 취향에 따라 소비자 주도로 변화되고 있다. 즉, 환자의 접근성과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의원과 높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3차 진료기관으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에 따른 시장경쟁원리(market principle)가 작동하지 않은 단일수가체계는 소위 Big 4 의료기관에 환자집중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의료소비자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획득 용이성과 교통수단의 편리성으로 인한 몇몇 선두병원에 대한 의료집중화 현상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서 기존의 3차 진료기관들의 방어기전의 작동이 일어났고, 수도권 3차 진료기관에서는 소위 ‘몸집불리기’ 도미노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진료기관의 병상공급이 급격한 공급팽창이 이루어 졌으며,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격이외의 병원간의 경쟁양상(건물, 인테리어, 전산시스템 등)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의료수요의 증가보다 의료공급병상의 증가의 초과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러한 공급과잉과 의료자원 낭비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병상공급 조절에 대한 정책조정기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향 후 전망

의료기관의 양극화 현상는 국내에서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 공급병상수가 150만병상수에 도달했다가 2003년도 절반수준인 85만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급성기 병상수의 감소는 의료기술의 발달, 재원일수의 단축 및 DRG도입 확대 원인을 들고 있다. 그 결과 미국에서도 외래중심의 의원과 입원중심의 대형병원으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지역사회(county) 켜뮤니티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M&A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중소병원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책적인 시도와 중소병원의 자구책이 강구되고 있는데, 전문병원, 개방병원 및 노인병원의 전환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일본에서도 중소병원들의 전문병원제도는 현재 전환기에 있으며, 기능미분화 병원은 지역 중핵형 병원이나 전문병원을 목표로 하거나 노인수용형 병원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중소병원의 진료기능이 갑상선 전문, 혈액전문, 당뇨병 전문, 알레르기 전문 등으로 세분화되어 ‘나름의 ’블루오션‘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중소병원들도 ’의료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지혜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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