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 장기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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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장기려, 그 사람
  • 박해성
  • 승인 2007.04.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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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장기려, 그 사람

‘한국의 슈바이처’, ‘작은 예수’, ‘살아있는 성자’라는 별명과 함께 한국 의료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성산 장기려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장기려, 그 사람’이 출간됐다.

저자인 지강유철은 2년여 동안 장기려 선생의 주변에 머무르며, 장기려에 대한 이전의 연구서나 책들이 간과하거나 에둘러 갔던 문제들까지 이 책에서 포용력 있게 다뤘다. 장기려의 일기, 노트,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 무엇보다 생생하게 증언해 주는 인터뷰를 통해 ‘가공된 장기려’가 아니라 ‘참 장기려’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장기려를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면과 표면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라 표현했다. 감출 것이 없는 삶을 살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장기려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다. 권력ㆍ돈ㆍ신분 등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모든 사람이 그에겐 똑같은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 같은 그의 생각들은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무료병원, 간질환자들의 모임 ‘장미회 활동’,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보험조합 ‘청십자 의료보험 창설’ 등을 통해 그가 평생 무엇에 소망을 두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장기려는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했던 의학도’였다. 평생 공부밖에 몰랐던 사람, 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더라도 ‘실력 있는 의사가 돼야한다’고 생각하며, 전문의 자격증을 거부하고 외과학회 명예회원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장기려는 ‘교회 개혁을 열망했던 사람’이었다. 70여 년을 교회 안에서 머물렀지만, 1974년에 남긴 글에서 그는 “기독교는 새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제도권 교회에서 집사와 장로로 봉사하다가, 77세에 교회 개혁을 실천하는 작은 무리, ‘종들의 모임’을 선택하여 말년에 영적 평안을 누렸다.

장기려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장로교 고신 측에 속해 있으면서도 한국 교회가 이단시하던 무교회주의적 색채를 지닌 ‘부산모임’을 32년이나 이끌었고, 기성교회에서는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함석헌과도 교제를 계속했다. 선생은 사랑이 없다면 이념은 쓰레기라 생각했던 사람이다.

의사로서의 준비기, 평양기홀병원시대, 공산치하의 평양생활, 복음병원시대, 청십자 의료보험시대, 평화운동시대 등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장기려의 삶은 의사의 길을 택한 많은 의학도들에게 사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성사ㆍ576면ㆍ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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