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 질 담보가 제도적 변화보다 우선돼야…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은 기본
급격한 변화보다는 거시적 국가 환경 변화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초점 맞춰야
현행 1년제 인턴제도에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이는 1년이냐, 2년이냐 등 수련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수련의 질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아울러 수련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내용, 지도전문의, 평가, 운영 주체, 재원, 지원 시스템인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거시적 국가 환경 변화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의학회(회장 이진우)는 9월 11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의학회는 △인력추계검증 △기초의학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 5개의 정책연구 TF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인턴 수련제도 개선 보고서는 전공의 수련환경 TF 연구의 일환으로 제작됐으며 의학회 수련교육위원, 전문과목학회 수련담당 이사 등 13명이 합리적 정책 제안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했다.
보고서 발표에 나선 박용범 의학회 수련교육이사(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턴 교육과정은 표면적으로 전체적 구성요소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련 과정에서 기관별 교육의 여건과 질적 차이가 크고 인턴에게 근로자와 피교육자의 이중 신분 중 근로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수련교육에 집중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인턴은 주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하기도 하며 수련 초기에는 술기 교육 부족으로 인해 환자 안전과 피교육자의 안전한 수련환경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수련환경 평가는 과정에 대한 평가와 수련의 질적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 수련 규정 준수와 시설 평가 등 구조적 평가에 더 집중하는 실정이다.
즉, 인턴의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 바탕 평가는 현재 어려운 상황인 것.
박용범 이사는 “수련 체계의 구조적 한계와 내실있는 운영이 담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련 기간 및 면허제도 등에 대한 섣부른 변화는 수련제도의 질적·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현재 드러난 한계를 그대로 연장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별 수련제도는 저마다 상이하고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므로 우리나라 현 상황에 걸맞는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수련 기간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질이며, 수련의 질 담보가 제도적 변화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박용범 이사는 “인턴이 우수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를 정립하고 공통 역량과 핵심 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 표준화된 과정을 개발·실행함으로써 이에 대한 교육, 평가, 환류 등의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며 “수련 과정의 표준화와 질 개선을 위해 인턴을 전담으로 지도할 지도책임전문의과 지도전문의를 두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수련 기관은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가 열정적으로 수련교육체계에 참여해 교육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고, 인턴이 충실히 수련프로그램을 수행한 후 평가와 환류를 통해 학습·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용범 이사다.
아울러 이미 의학회가 수련교육을 정상화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수련프로그램을 주관·관리·평가하고 있지만, 이를 보다 책임감 있게 담당하려면 수련 및 지도전문의 총괄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지도전문의 역량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끝으로 박용범 이사는 수련 정책의 경우 급격한 변화보다 거시적 국가 환경 변화와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이사는 “수련환경의 정책 변화는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필수의료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지, 필수의료를 진짜 살릴 수 있는지, 수련의 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미래 의료를 책임질 후속 세대를 적절히 양성할 수 있는지 등의 관점에서 거시적이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