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간호인력에 관한 내용을 따로 떼어내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간호법 제정이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국면에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간호법 제정에 대한 논의는 20년전인 2005년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이 최초로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회기에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으나 두 법안 모두 회기만료로 폐기돼 버렸다.
이후 18, 19대 국회를 건너뛰고 2018년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김세연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또다시 간호법 제정에 나섰으나 역시 회기만료와 함께 빛을 보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간호법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렬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다시 무산되는 경험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간호법 제정은 장기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위기감과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여·야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이 제정돼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는 하나 이를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된 진료지원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법상 업무범위가 정해진 전문간호사의 경우와는 달리 보건복지부에서 진료지원인력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전담간호사(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 논란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제시한 법안내용을 보면 ‘간호사는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27조에도 불구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진료 및 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일반적인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3조에 따른 업무로 의료기사 등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보호장치가 없는 이상한 직역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제정된 간호법이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될지 지켜볼 일이지만, 의정 사태가 하루속히 진정돼 의료정상화가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