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의 첫 성과 주목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 연구팀(진범식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 박준선 중개연구센터장)이 고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금 재원의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한 국내 엠폭스 바이러스 특성분석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됐다.
연구 논문의 제목은 ‘Clinical presentation, viral shedding, and neutralizing antibody responses of mpox cases in South Korea: Single center experience’로, 국제저널인 ‘임상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Virology, IF 14.481)’ 온라인판에 올해 5월 최종 게재됐다.
이 연구는 엠폭스 환자의 바이러스 배출 기간과 임상 경과 등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엠폭스 대응에 필요한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 게 특징이다.
엠폭스(MPOX)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이다.
초기에는 발열, 오한, 두통, 호흡기 증상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보통 1~4일이 지나면 얼굴, 손, 발, 가슴, 항문생식기 근처에 발진이 생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117개 국가(지역)에서 9만5,226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185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엠폭스 대응을 위해 2022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바 있으나 미국에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치명률이 높은 변이가 출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 6월 해외에서 감염돼 입국한 첫 번째 환자가 보고됐다.
2023년 151명의 지역사회 감염에 의한 유행이 발생했고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지만, 2024년 4명의 확진자가 재발생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9월에서 2023년 6월 사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18명의 엠폭스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중 17명(94.4%)이 남성이었고, 평균연령은 32.5세였다.
먼저 환자의 구강인두(oropharyngeal, OP), 항문·생식기병변(anogenital lesion, AL), 피부병변(skin lesion, SL)에서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 분리 실험을 실시했고 3가지 아형(A.2.1, B.1.1, B.1.3)의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연구팀은 증상이 생긴 후 병변부위별 감염성 바이러스 배출기간, 유전자 검출양상, 혈액 내 중화항체(바이러스의 침입을 억제하여 예방효과를 유도하는 항체) 생성 등 바이러스의 특성과 임상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에 진단된 환자의 바이러스 아형은 A.2.1과 B.1.1이었고, 2023년에는 B.1.3이었다.
증상발현일로부터 검체별 감염성 있는 바이러스 배출기간, 바이러스 유전자(DNA) 검출 및 계통별 중화항체 교차반응을 확인해보니 살아있는 바이러스는 증상이 시작한 날로부터 최장 15일까지 배출됐고, 바이러스 유전자는 23일이 지나서도 검출됐다.
또한 서로 다른 계통(lineages)의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교차반응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엠폭스에 한번 걸렸던 환자가 새로운 계통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재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진범식 센터장은 “새로운 감염병이 유입됐을 때 신속하게 임상 양상과 병원체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체계를 갖춘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선 센터장도 “현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서울의료원과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엠폭스 고위험군의 항체 보유율, 엠폭스 자연감염 및 백신접종 이후 항체 변화 등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라며 “엠폭스 통제 전략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으로 운영 중인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중 연구지원 부문에서 거둔 첫 성과다.
연구팀은 단일기관 연구에서 다기관 연구로 규모를 확대해 엠폭스의 임상역학 및 면역학적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규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은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을 통해 중앙감염병병원의 위상에 걸맞은 연구역량을 확보하고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내 감염병 위기대응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