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유지한 심평원과 전년 대비 두 단계 상승한 보훈공단은 안도의 한숨
정기석 이사장 취임 후 첫 경평 신고식 ‘진땀’…바뀐 평가 기준에 적응 못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기석 이사장 취임 후 첫 경영실적평가(경평)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성적표인 C등급을 받아 원주 최대 규모의 준정부 공공기관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평가 기준이 대거 변경된 탓이라고 하기에는 원주 혁신도시 내 같은 보건의료 관련 준정부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직무대행 하유성)은 나름 선방했다는 점에서 핑계도 댈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도 심평원과 보훈공단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에 머물러 아쉬움이 더욱 큰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6월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주재로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개최하고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2023년도 경평 대상은 전국 공기업 32개, 준정부기관 55개였으며 감사평가는 그중 상임감사 및 감사위원이 임명되는 62개 기관 중 2023년도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에 해당하는 59개였다.
평가는 10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현장실사, 이의제기, 외부검증 등 약 4개월간의 과정을 거쳐 진행했으며 공운위에서 최종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기관 고유사업 및 국정과제 등 주요사업 성과를 변별력 있게 평가하면서 직무·성과 중심 보수개편 및 기관별 혁신계획 이행 등 공공기관 혁신 노력과 재무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되, 안전·윤리·상생협력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또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엄정하게 들여다본 게 특징이다.
평가의 주요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표부여(편차) 방식 비중을 공기업은 40%에서 68%로, 준정부기관은 42%에서 59%로 확대했으며 당겨 집행 투자액을 부채에서 차감 평가해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아울러 안전사고, 비위행위 방지 노력 등 전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냉정히 평가했고 재무상황이 악화된 공기업 등의 임원은 평가결과에 따른 성과급을 삭감해 경영책임성을 확보했다.
2023년도 평가 대상 87개 전체 기관의 등급 배치 결과 △S등급 0개(0%) △A등급 15개(17.2%) △B등급 30개(34.5%) △C등급 29개(33.3%) △D등급 11개(12.6%) △E등급 2개(2.3%) 등으로 분류됐다.
이어 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 대상인 59개는 △탁월(S) 0개 △우수(A) 6개 △양호(B) 31개 △보통(C) 20개 △미흡(D) 2개 등으로 구분됐다.
원주 혁신도시 내 준정부 공공기관 중 건보공단만 ‘C등급’
최근 10년 성적표 중 최악…A등급 6회, B등급 3회 무색
병원신문은 원주 혁신도시 내 보건의료 관련 준정부 공공기관인 건보공단, 심평원, 보훈공단의 최근 10년(2014~2023년도) 경평 결과를 별도로 재구성해 분석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경우 보건복지부, 보훈공단은 국가보훈부가 주무기관이다.
세 기관 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건보공단이다.
건보공단은 정기석 이사장 취임 이후 가진 이번 첫 경평에서 C등급의 멍에를 안았다.
문제는 최근 10년 중 2014년도과 2020년도, 2022년도 B등급 3회를 제외하고 A등급 6회에 빛나는 소위 ‘원주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경평 모범생’ 건보공단이 예상치 못한 C등급을 받았다는 데 있다.
즉, 그간의 좋은 성적표가 무색할 만큼 C등급은 다소 충격적인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건보공단은 2021년도 A등급 이후 2022년도 B등급, 2023년도 C등급까지 3년 연속 등급 하락을 경험하게 됐다.
3년 연속 등급 하락은 심평원과 보훈공단도 최근 10년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이와 함께 2023년도 감사 직무수행실적은 보통(C등급)으로 분류됐는데, 지난해(2022년도)에도 보통에 머물렀던 건보공단이다.
이는 심평원과 보훈공단이 2023년도 감사 직무수행실적 양호(B등급)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보공단은 2023년도 경평부터 내부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평가 연계 지표가 신설됐고, 연중 재무지표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추가돼 기준을 맞추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평균 인원 대비 일반 관리비 지표’가 신설되는 바람에 해당 기준에서 약점을 갖고 있는 건보공단의 인원 구조 특성상 배점을 잘 받지 못했으며, 청년 미취업자 고용 실적 정원 10%를 채워야 만점을 받는데 신규직원이 줄어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로 인해 징수 실적이 줄어든 것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2회 연속 ‘B등급’ 유지…2021년도에 ‘C등급’ 먼저 경험
보훈공단, ‘E등급’ 극복 위해 각고의 노력 끝 ‘C등급’으로 복귀
건보공단이 C등급의 원인으로 지목한 신설 기준을 똑같이 평가받은 심평원과 보훈공단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심평원은 B등급, 보훈공단은 C등급을 획득했기 때문인데 다만 두 기관의 최근 10년 성적표는 건보공단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우선, 2022년도에 이어 2년 연속 B등급을 유지한 심평원은 건보공단보다 앞선 2021년도에 C등급의 충격을 먼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심평원은 2020년도 A등급에서 무려 두 단계나 하락한 C등급을 기록, 같은 해 A등급을 받았던 건보공단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렇다고 심평원이 A등급과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 가운데 2017년도, 2019년도, 2020년도 총 3회의 A등급 역사가 있으며 B등급이 6회로 가장 흔했다.
다행인 것은 3년 연속 등급 하락은 아직이다.
보훈공단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비하면 최근 10년 평균 등급이 그리 높지 않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흔하게 경험한 A등급은 단 한 번도 없었고 B등급 3회, C등급 5회, D등급 1회가 있었을 뿐인데 심지어 2020년도에는 최하 등급인 E등급에 눈물을 흘렸던 보훈공단이다.
하지만 보훈공단은 E등급 극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2023년도에는 두 단계나 상승한 C등급 복귀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2022년도 경평 E등급 이후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사장 직무대행 중심으로 강도 높은 혁신 노력 및 경영개선 과제 이행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시행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보훈병원 병상 가동률 향상 등 매출 향상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13억 원 개선됐고, 22년 연속 무차입 경영 등 재무예산 성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개의 복수노조를 운영해 기관장 공백 및 의료·복지사업 14개 다직종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를 도입한 결과 2023년도 경평에서 두 단계 상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10년 평균 성적표는 건보공단이 ‘으뜸’
경평 결과 임직원 ‘성과급’과 연결돼 ‘예민’
올해 갑작스러운 C등급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 기관의 최근 10년 성적표가 가장 으뜸인 곳이 건보공단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건보공단은 10년간 총 6회의 A등급, 총 3회의 B등급으로 심평원과 보훈공단의 경평 결과를 압도하고 있다.
단지 공기업 및 준정부 공공기관들이 그해의 경평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기관장 해임건의 및 성과급 차등 지급 등 페널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의 기관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고 있으며 E등급과 D등급에겐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및 경영개선 컨설팅을 요구한다.
아울러 C등급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유형별·등급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데, 당기순손실이 확대되는 등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기관은 성과급 삭감까지 들어간다.
반면 최우수 기관은 다음 해 총 인건비를 추가 지급하는 특혜를 부여하는 등 경평 결과에 따라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분배된다.
실제로 6월 19일 경평 결과 발표 직후 같은 C등급이긴 하나 건보공단 내부의 다수 직원들은 탄식과 안타까움을, 보훈공단 대부분의 직원들은 환호했다는 풍문이다.
한편, 연중 재무지표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서 새롭게 도입된 경평 지표로 기관이 사회공헌도보다는 재무지표를 더 중요시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건보공단이 C등급의 고초를 겪은 이유이지만, 보훈공단이 두 단계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연중 재무지표는 향후 경평에서도 매년 기관별 등급 분류의 희비를 가르게 될 키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