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심리적 저항선 2%?…“좀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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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심리적 저항선 2%?…“좀 깨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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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단체들이 매년 밴드 규모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
재정위는 보험료 인상 부담 등 이유로 소극적이나 과거 2.0% 이상 흔해
유형별 협상 총 17회 중 11회에서 2.0% 넘겨…“이제는 고정관념 깰 때”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수가협상)의 핵심 열쇠로 손꼽히는 추가소요재정(밴드)의 규모와 연관된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언제부터인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의 심리적 저항선이 2.0%로 고정된 모양새여서 협상에 나서는 공급자 단체들의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들 간의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이 5월 31일 제3차(최종)협상만 남겨두고 있다.

제2차 협상까지 끝난 현재 매년 그랬듯이 공급자 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밴드 규모의 대폭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밴드 규모가 확대된다는 것은 공급자별로 나눠 가질 수 있는 파이(Pie)가 커진다는 의미로, 이는 곧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상승으로 연결되고 각 공급자 단체들이 단 0.1%라도 더 받기 위해 성실히 협상에 임하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제2차 협상 종료 직후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협상단장은 “환산지수의 본질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인데, 그 가격으로 각 병원급 의료기관이 잘 운영되고 유지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할 때”라며 “의사 인력의 개원가 이동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고용증가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 이제는 실질적으로 환산지수 인상률에 큰 영향을 주는 밴드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협상단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 규모”라며 “건보공단 측에 가입자들을 최대한 설득해서 밴드 총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고, 가입자·공급자·건보공단 3자 간 면담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협상단장은 사이드밴드(소프트밴드)를 새롭게 편성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 밴드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좀 더 유연한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마경화 단장은 “그간 방치된 불균형 문제로 인해 보건의료라는 거대한 섬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데, 결국 추가소요재정이라 불리는 밴드 때문”이라며 “환산지수를 높여 저수가 문제를 미리 막을 수 있게 밴드를 더 키워야 하고, 사이드밴드를 도입해 밴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협상 전 밴드 사전 공지,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 참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 지급법 준수,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별도 재정 투입 각 유형별 운영에 맞는 상대가치 전면 개편 등을 요구했다.

최성호 의협 협상단장은 “국고지원이 미지급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3년 연속 흑자인 데다가 누적적립금마저 28조 원에 이르고 있다”며 “밴드 규모의 파격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공급자 단체들은 매번 이구동성으로 밴드 규모의 확대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건보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의 보험료율 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밴드 규모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밴드 규모의 대폭 확대 없이는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도 높아질 수 없기에 공급자단체들은 밤샘 협상을 하고도 답이 정해진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는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2.0%’라는 심리적 상한선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일각의 볼멘소리다.
 

총 17회 협상 중 64.7%인 11회에서 평균 인상률 2.0% 이상 기록

고정관념 틀 깨고 밴드 대폭 확대하고 평균 인상률도 2.0% 넘겨야

그렇다면 그간 환산지수협상에서 평균 인상률 2.0%는 ‘마의 숫자’로 불릴 만큼 극복하기 어려운 수치였을까.

유형별 환산지수협상이 시작된 2008년도부터 2024년도까지 17년간의 연도별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을 살펴본 결과 총 17회 중 64.7%인 11회 협상에서 인상률이 2.0%를 넘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도 2.22% △2010년도 2.05% △2012년도 2.20% △2013년도 2.36% △2014년도 2.36% △2015년도 2.20% △2017년도 2.37% △2018년도 2.28% △2019년도 2.37% △2020년도 2.29% △2022년도 2.09%를 기록했으며, 가장 인상률이 낮았던 해는 2011년도 1.64%이다.

이 외에 2008년도 1.94%, 2016년도 1.99%, 2021년도 1.99%였으며 2023년도와 2024년도에는 2년 연속 1.98%에 머물렀다.

실제로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2.0% 이상이었던 해가 흔했던 것.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이 높을수록 밴드 규모도 커지고, 밴드 규모가 늘어날수록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특성상 과연 ‘2.0%’를 넘길 수 있을지가 올해 협상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변수는 밴드 규모인데, 최근 11년 동안의 밴드 규모를 집계하면 2014년도 6,898억 원에서 2024년도 1조1,975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단지 밴드가 매년 증가한 것은 아니고 2025년도와 2026년도, 2021년도에 각각 180억 원, 218억 원, 1,062억 원씩 감소한 경험이 있다.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과 별개로 밴드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는 의미다.

이 말인즉슨 올해 협상에서 건보공단과 재정위가 의협의 중도 이탈로 인한 협상 지속 여부 불투명, 환산지수 세분화 및 차등화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밴드 규모를 줄이는 공급자 단체들 입장에서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 3일 공급자 단체들과의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언급한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정기석 이사장은 “최근 3년간 재정 수지는 다행히도 흑자이지만, 중장기 재정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확보도 어려워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밴드 규모는 △2014년도 6,898억 원 △2015년도 6,718억 원 △2016년도 6,500억 원 △2017년도 8,134억 원 △2018년도 8,234억 원 △2019년도 9,758억 원 △2020년도 1조478억 원 △2021년도 9,416억 원 △2022년도 1조666억 원 △2023년도 1조848억 원 △2024년도 1조1,975억 원이다.

A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에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이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심리적 상한선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주된 핑계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당시에 걱정했던 것처럼 큰 문제는 없던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B 공급자 단체 관계자도 “밴드 규모와 환산지수 인상률에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보수적이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공급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에 할 필요도 없는 협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비판했다.

즉, 건보공단과 재정위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2.0%라는 상징적인 숫자와 밴드 규모 대폭 확대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급자 단체들이 최소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들만한 수치를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매년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공급자 단체들이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밴드 규모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의 확대는 중요하다”며 “여유가 없을때는 힘들다고 안 되고, 여유가 있을 때는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면, 과연 공급자 단체들은 매번 희생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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