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및 약물 오남용, 우울증 등 질환 발생 위험은 3~4배 증가
삼성서울병원, “사회적 인식과 치료 시스템 개선돼야 할 것”
1형 당뇨 성인 환자의 정신건강 돌봄이 절실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몸속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질환인 1형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인슐린 주사 관리의 어려움과 어린 나이에도 비교적 많이 발병하는 특징으로 인해 1형 당뇨는 흔히 소아 당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는 나이 불문하고 진단될 수 있는 질환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84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고, 2040년에는 1,350~1,740만 명 사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 평가에서는 1형 당뇨 환자의 42%가 31~60세로, 그만큼 성인 환자 관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우리 사회 현실은 역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1형 당뇨에 대한 인식은 낙인 점수(stigma score, 점수가 높을수록 낙인 수준이 높음) 59점이다.
호주 53점, 터키 47점, 덴마크 43점보다 훨씬 높은 것인데, 이러한 사회 인식은 당뇨 환자들의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섭식 장애,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1형 당뇨 환자들은 혈당 조절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형 당뇨 성인 환자 76%는 정신건강 관련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사회적 인식 오류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1형 성인 당뇨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인 것.
이에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 연구팀은 2009년 1월에서 2020년 12월 사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토대로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로 진단된 환자 1만391명과 일반인 5만1,995명을 평균 7.94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로 진단된 환자들과 일반인의 정신건강질환 발생률은 각각 1,000인년 당 66명, 29명으로 1형 당뇨 성인 환자들이 2배 이상 더 높았다.
인년(人年)이란 대상의 관찰기간이 상이할 때 사용하는 단위로, 1인 1년간의 관찰량을 1인년으로 한다.
하위 분석에서 질환별 위험을 비교한 결과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로 진단된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음주 및 약물 오남용 4배, 우울증 3배, 성격 및 행동 장애 2.6배, 기분 장애와 섭식 장애 2.5배, 불안 및 스트레스 장애 1.9배로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김재현 교수는 “1형 당뇨 성인 환자들이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사실 하이브리드 폐루프 시스템과 같이 외부 노출 없이 혈당 모니터링과 인슐린 주사가 가능한 치료도 있지만 모든 당뇨 환자들이 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러한 기술들이 사실 정신건강 질환을 앓고 있는 1형 당뇨 환자에게 특히 필요하다”며 “하루빨리 사회적 인식과 치료 시스템이 개선되어 1형 당뇨 성인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신진대사(Diabetes & Metabolism, IF 7.2)’ 최근호에 게재됐다.